바닥이 차다.
때로는 바닥이 차다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일기를 쓰고 싶어 질 때도 있다.
나는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란 걸 새삼 느낀다.
그릇이 크건 작건 그것이 사람을 결정짓는 중요한 것이 못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그릇의 크기란 것에 때때로 집착하게 된다.
선망일까? 교육의 힘일까?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과 교육들은 보다 큰 사람이 보다 나은 사람이란 걸 은연중에 주입시켰다.
세상을 구해야 하고 사람을 이끌어야 하고 보다 큰 결정을 내려야 하며 고독의 정상에 올라 홀로 고고함에도 결코 외로워하거나 도움을 바라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나는 보통의 능력을 가진 보통의 인간일 뿐이다.
사람들이 우러르는 위인과 영웅이 누구나 될 수는 없다.
그 위인과 영웅마저 알고 보면 결국은 사람일 뿐이다.
그들에 대한 동경은 마치 아이돌에 대한 환상 이상의 가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때때로 혹은 자주 뛰어나고 놀라운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한다.
세상과 사람들은커녕 나 자신 하나 돌보는 것도 서투르면서 말이다.
나는 오늘도 몇 번의 가치 없는 화를 속으로 내었으며 또, 스스로를 타일렀던가.
모든게 귀찮아 무기력에 몸을 맡긴건 또 몇 번이었던가.
어쩌면 우월하고 싶다는 욕망은 그저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매일을 본능과 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타협과 부정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거겠지.
싸우는것도 욕망에 비례한 능력이 있어야 가능할테니.
이제는 날씨가 선선해져 바닥이 차다.
엉덩이가 시려오는 계절이 된 것이다.
또 한 번의 계절이 바뀌고 나는 또 한 번의 계절을 가진다.
내가 가져볼 수 있는 계절이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내가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기회가 얼마나 남았을까?
마음의 평화를 재빨리 찾을 수 있는 날이 나의 남은 날들 중 존재할까?
바닥이 차다.
올해엔 방석을 하나 장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