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1월 24일

by 천우주

시계의 알람이 몇 번이고 울린다.

한 번 울리면 멈추지 않는 악마의 알람.

나는 항상 악마의 알람으로 시계를 맞춰놓는다.

알람을 끄지 않고 이대로 둔다면 분명 온 동네 사람들을 다 깨울 것임에 나는 떠지지 않는 눈에 애써 힘을 주며 억지로 일어나 알람을 끈다.


부스스 눈을 떠보니 사방이 어둡다.

커튼이 닫혀있어 바깥을 볼 순 없지만 흐린 날씨지 싶다.

시계를 보니 출근하려면 좀 서둘러야 하는 늦은 시각 이건만 나를 더 자게 내버려 두지 않은 세상에 대한 작은 반항심이 살짝 피어올라 아주 천천히 출근 준비를 한다.


바깥은 예상대로 흐린 날씨다.

낙엽들은 이제 제법 많이 떨어져 내려 거리가 조금씩 휑해지고 있다.

더불어 여기저기 낙엽을 청소하는 손길들도 자주 보인다.

흐리고 휑해가는 가을의 끝무렵이지만 왠지 기분은 좋다.

바람이 차지 않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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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바람이 제법 기분 좋게 분다.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게 마치 무심히 위로하는 손길 같다.

어느 날 신이 괜스레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면 이런 느낌이 들까?


무심코 둘러보면 어제와 같은 날, 어제와 같은 풍경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보면 언제나 새로운 날, 언제나 새로운 풍경이다.

하루의 날들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어 평생의 날들을 포개어 쌓아놓고 보면 더할 수 없이 아름답고 역동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나의 날들도 아름답고 역동적일까?

그렇다면 좋겠다.

문득 나도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세상에 살아남아 아직까지 그럭저럭 지내고 있으니까.


떠지지 않는 눈에 애써 힘주며 억지로 알람을 끄고 부스스하게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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