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2월 01일

by 천우주

뱃속에서부터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고 요렇게 하면 끝날 일인데 저렇게와 요렇게 부분에서 삐걱거린다.

세상일이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좋든 싫든 타인들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늘은 그 협조가 참 비협조적이다.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닌 일인데도 내 그릇이 작은 탓에 쉬이 또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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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밖으로 나와 숨을 고른다.

추워진 날씨 속 파란 하늘이 보이고 하천 위로는 무리 지어 날아가는 새떼도 보인다.

낮은 아파트와 주택도 보인다.

추위와 파란 하늘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새파란 추위에 새파란 하늘.


새떼들의 선봉은 누구이며 무리를 어느 곳으로 이끌어 갈까?

낮은 아파트와 주택의 거주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나처럼 어딘가에서 이렇게 밥벌이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드물게 찾아온 휴식의 날이라 집안에서 한껏 게으름을 만끽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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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교회의 첨탑은 마치 새파란 하늘을 찌를 듯 서있다.

하지만 그 찌름은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상의 염원을 하늘에 전하기 위한 찌름이다.

염원은 간절해야 하고 간절함은 집중됨에서 오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지상의 수만 가지 염원을 벼르고 별러 오직 한 가지로 다듬어내어 그것을 첨탑의 뾰족함에 담았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제의 역할이다.


'오 받으소서 하늘이여

수만 가지 염원을 벼르고 별러 하나로 만들어낸

지상의 간절함을 받아주소서'


당신의 염원이 하나로 별러졌다면, 정말 제대로 별러졌다면 하늘은 필시 그것에 응답할 것이다.


차들이 지나가고 사람들도 지나간다.

그리고 나도 내 인생을 지나고 있다.

그냥 슬며시 혼자서 웃어본다.

다시 일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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