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by 천우주

바위는 두려움이 없다.


산길 어느 곳 사람들이 지나다닌 등산로를 따라 걷다 문득

바위와 마주치곤 한다.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바위들은

본래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그랬다는 듯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 있다.

마치 시간을 응축해 그 속에 담아놓은 듯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한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머물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 어느 때에 본래의 거대한 암석에서 어떤 이유로든 떨어져 나와 지금의 자리에 머물게 되었을 테다.


그때, 암석에서 처음으로 떨어져 나오던 순간,

바위는 아팠을까? 두려웠을까?


시간의 응축이 폭발할 때 그저 잠시의 요란한 굉음,

또는 '쩍'하는 단말마의 소리만 짧게 지르곤 자연의 법칙대로 구르고 떨어져 지금에 이르렀겠지.

그리고 다음의 폭발 때까지 또 그렇게 시간을 응축하겠지.


바위는 아무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서있을 때가 되면 서있고 떨어질 때가 되면 떨어지고 구를 때가 되면 굴러갈 뿐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시간과 자연의 흐름만 지킬뿐이다.

마치 그것이 신의 계시인양, 아니

신 그 자신의 확고한 의지인양

바위는 쪼개지고 떨어지고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갈 뿐이다.


확고한 의지.

신과도 비견될 그 의지 속에 두려움은 없다.


산 어딘가로 눈 돌려보면 깎은듯한 절벽이,

눈 가까이엔 우뚝 선 바위가,

다시 산 아래 저 멀리엔 강이, 바다가 보인다.

태초와 지금과 미래, 그리고 우주의 일생이 모두 눈앞에 있다.

확고한 의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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