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9월 12일
또 한 번의 '둥근달'이 지나간다.
이번 추석의 달은 100년 만에 찾아온, 그 둥글기가 더욱더 둥근달이란 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어디선가 본 듯하다.
그러나 이번 추석의 달이 정말 100년 만에 뜬 더욱더 둥근달인지 아니면 저번에 떴던 보름달과 별 반 차이가 없는지는 내 눈으로 보아서는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달이 앞으로 삼십몇년이 지나야 또 온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삼십몇년 후 평소보다 더욱더 둥근달을 보기 위해 지금부터 그날을 손꼽아 세어봐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번 추석의 달이 평소보다 더 둥근달이든 네모난 달이든 내 생애 다시 오지 않을 날의 달인 것은 확실하다.
추석의 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속설이 있지만 왜인지 난 한 번도 추석 달을 향해 소원을 빌어본 적이 없다.
이루어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이미 자리 잡아서기도 하지만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볼라치면 왠지 스스로가 좀 부끄러워져서 이내 빌던 소원을 마음속으로 유야무야 시켜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끄럽다는 게 스스로에 대한 어떤 수치심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부끄럽다는 -처음 본 이성 앞에서 부끄러워지거나, 군중이 많은 곳에 던져져 자신 없는 무언가를 할 때처럼- 얘기다.
달이 소원을 이루어주든 그렇지 않든 맑은 밤하늘에 동그랗고 밝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과학적 지식을 생각지 않고 그냥 아주 잠시라도 멍하니 밤하늘 환하게 빛나고 있는 달을 보고 있으면 왜 옛사람들이 달에 대해 그토록 여러 가지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온갖 종류의 인위적 불빛들이 밤을 수놓는 지금도 그런데 불조차 귀하던 옛날에는 그 빛이 얼마나 더 아름답고 때론 위험해 보였을까.
늑대들이 달을 보며 우는 이유도 필시 기분이 좋아서일 것이다.
우리도 느닷없이 기분이 좋으면 크게 웃으며 탄성을 지르듯 늑대들도 밝게 뜬 달을 보면 무작정 기분이 좋아져 크고 길게 울어대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아마 나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밝게 뜬 둥근달을 문득 마주한다면 기분이 좋아 소리를 칠 것이다.
이번 추석은 날씨가 아주 화창하지만은 않아서 추석 당일은 달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추석 전날과 어제, 그리고 오늘은 동그란 밝은 달이 보여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사진에 찍힌 달을 보고 있노라니 앞에 적은 삼십몇년뒤에 온다는 더욱더 둥근달을 보기 위해 날짜를 꼽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