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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길

2023년 01월 24일

by 천우주

초행길을 간다.

태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하지만 누구나 가는 길


세상은 하나지만 겹쳐있어

길 위에서, 길 아래서, 길 옆에서

많은이 만나고 스치고 지나도

그들이 나와 같이 길을 가는 이는 아니다.

때론 생생하게 손을잡고 포옹하고 키스하지만

자세히 들여보면 나와 같이 포개있진 않는다.

다만 겹쳐 있을 뿐


색색의 빛이 중첩되고 어우러져

세상이 아름답게 빛나기도 하지만

결국

노란빛은 노란빛으로

붉은빛은 붉은빛으로 사그라질 뿐


외로울 것 같지만

외로웁진 않다. 아니

늘 외로웁진 않다

겹치는 불빛들과 때론 어울리고

때론 다투며

결말은 알지만 과정은 비밀인 이 처음의 길이

그렇게 나쁘진 않다


초행길.

돌아서 멀리보면 잉태된 순간부터

초행이 아니었던 적 없다

나였기에 걸어왔고 나였기에 걸어가는 것

어디를 갔더라도 지금의 이 자리에 서 있었을 거란 것

비록 겹치는 인연이라도 반갑게 웃으며 걸어가려는 것

되도록 넘어지지 않고 길 잃지 않으려는 것

결말은 알지만 때는 모르니

한 발 한 발 수고롭게

걸어가 려는 것

Andrew Wyeth - Trodden Weed

커버이미지: Andrew Wyeth - Flock of Cr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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