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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07일

by 천우주

자고 일어나도 몸이 영 찌뿌둥하다.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는데 며칠째 계속 한기가 든다.

어젠 한기와 근육통을 좀 몰아내려 욕조에 뜨거운 물을 잔뜩 받아 앉아있다 그대로 30분 정도 잠이 들었다.

목욕하다 잠들면 감기 든다는데....

아. 이미 들었지.

열도 나고 근육통에 한기까지 있는 걸로 봐선 전형적인 감기몸살이다.

거기에 보너스로 입안까지 헐었다.

그래도 어제 좀 일찍 자서 그런지 몸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진 않아 다행이다.

대충 일할 정도는 되겠다 싶어 억지로 일어나 출근을 한다.


오늘은 대구를 가야 하는 날이라 사무실 겸 창고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챙겨 길을 나선다.

가는 길에 국도변에 몇 번 가봤던 국수집이 있어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 좋은데 이곳은 면이 중면이다.

나는 소면파라 소면을 좋아하지만 어쩌랴. 우동사리가 아닌 게 다행이지.


도로를 가는 중 소를 한 마리 싣고 가는 하얀 용달차가 눈에 들어왔다.

용달차의 새하얀 색과 황소의 누런색이 어쩜 그렇게 쨍할까?

파란 하늘과 검회색 아스팔트 사이, 흰색과 노랑이 한데 달리는 모습이 참 예쁘고도 화사했다.

서둘러 폰을 들어 영상을 찍어본다.

차창옆으로 어딘지 우울하고 슬프며 상념에 젖은 소의 눈빛이 언뜻 지나간다.

그 쨍하고 예쁜 색의 조화가 소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곧 내 머릿속에서 뒤로 밀려나 없어진다.

지금 일기를 다시 쓰기 전까지는.

지금 그 소는 어디에 있을까?

허공을 바라보며 한없이 상념에 잠긴 착한 눈을 한 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흔들리고 울퉁불퉁한 도로 위를 불안하게 달리는 용달차의 위에서 한마디 불평도, 미동도 없이 생각에만 잠겨있던 소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질문만 던져보기로 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음 언제 어디선가 소의 눈빛이 다시 생각나면 그때 하기로 한다.

그래서 질문만 던지고 소에 대한 생각을 다시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그래도 내일이나 내일모레정도에 스케치는 한 번 해봐야겠다.


퇴근을 하니 밤 11시다.

오늘도 좀 늦었다.

아침에 비해 몸은 한결 나아졌다.

이제 한기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한기가 느껴지지 않으니 입춘이 지난 게 좀 실감이 된다.

입안이 헐은건 아직 그대로다.

오늘은 구내연고를 좀 바르고 자야겠다.

쓸 말이 제법 있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늦어 잠이 슬슬 몰려오니 생각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또 아프기 싫으니깐 오늘 하루를 얼른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지금 이 시간 깨어있든 사람이든 잠들어있는 사람이든 모두 평안하기를.

착한 눈의 소도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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