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피금

2023년 02월 17일

by 천우주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피곤하다고 혼자서 한숨 쉬며 되뇌여본다.

일 때문에 이 정도로 피곤해 보는 건 오랜만이다.

좀 덜 피곤하려고 작은 회사로 옮겼는데 이래서야 이직을 한 보람이 없다.

오늘도 늦게까지 일이 많았다.

거기다 간이 회식까지 겹쳐버리니 일찍 올래야 올 수 없었던 상황.

그래도 가끔 내려와 쏘주 한 잔과 이야기로 세상의 피로를 푸는 우리 부장님을 어찌 외면하랴.

그도 오늘 수고가 많았으니 쏘주 한 잔에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만하다.

대신 내 피곤은 좀 더 깊어졌지만.

그래도 다들 피곤했는지 '간단히 한잔'으로 끝이 났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가만 보니 밤이 늦었는데도 생각보다 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아까 술집에서도 손님들이 꽤 늦게까지 있더니만.

왜 그럴까 생각하다 오늘이 금요일이란 걸 깨달았다.


'불금'


아 오늘이 불금이었지.

음... 나는 오늘이 '피금'(피곤한 금요일)인데.

만일 내 앞에 안 선생님이 계셨다면 물었을 것이다.


"감독님의 가장 피곤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파..파람군...."


"제 인생의 가장 피곤한 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 부장 나으리께서 지나가던 과일가게에서 제철이라고 사 준 큼지막한 딸기들을 씻어 몇 개 먹고 나니 피로가 좀 가신다.

달달하고 상큼한 게 딸기가 철은 철인가 보다.

덕분에 상큼한 봄 맛을 봤다.




근데 내일 또 출근이다....

그것도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이러다 내일은... 피ㅌㅗ.....아니다.

그건 어감이 너무 안 좋다.

내일은 오전만 후다닥 하고 퇴근하련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발렌타인데이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