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8월 31일
오늘이 슈퍼 블루문이 뜨는 날이라고 한다.
그냥 달이 아니라 Super에 Blue까지 붙은 아주 특별한 달이다.
게다가 오늘을 놓치면 14년 뒤에나 이 달을 다시 볼 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귀한 달임이 틀림없다.
허나, 실상은 오늘 달을 오늘 놓치면 일생에 두 번 다시 오늘의 달을 볼 수 있는 날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보아야 할게 달만 있는 건 아니니.
꼭 찾아서 보지 않아도 지금 눈앞에 있는 풍경도 일생에 최초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이다.
그러니 지금 보고 있는 그것에 Super와 Blue를 붙여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지금 당연히 노트북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그러니 내겐 이 모니터가 곧, Super Blue Monitor 인 것이다.
(이렇게 이름 붙이니 괜스레 모니터와 그 안에 있는 브런치의 여백, 그리고 채워지는 글들이 평소보다 아름답게 보이는 건 나의 착각일까?)
그렇지만 어떤 현상의 특이점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기념하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드문 바쁜 현대인들에게 슈퍼 블루문이란 이름으로 잠시 하늘을 볼 여유와 이유를 주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내가 있는 지역은 지금 구름이 잔뜩 끼어 달은커녕 맑은 하늘 한 조각 보이지 않는다.
아마 달이 지구로 추락하지 않는 이상 오늘 달을 본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게 스마트폰의 사진들을 정리하다 달 사진을 하나 발견했다.
몇 달 전에 찍었던 사진인데, 이것도 그냥 Moon이 아니라 가로Moon이다.
슈퍼 가로Moon.
혹시 오늘 달을 못 봐서 아쉬웠던 분들은 아쉬우나마 이 사진으로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로Moon엔 토끼 대신 거미가 살고 있으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