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월 08일

노란 가로등

by 천우주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둑해진 거리를 걷다 한 가족을 마주쳤다.

날이 어두워서였을까? 노란 가로등 빛이 희미해서였을까?

아니면 노안이 시작돼 흐릿해진 눈 때문에 그랬을까?

아주 잠시,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들이 되었다.

어느 가족의 구성원이 되었고 아이의 손을 잡은 아빠가 되었다.

어쩌면 나의 모습, 어쩌면 내가 되었을 모습. 혹은 다른 세상에서의 나의 모습.

그런 선택도 있었을 것이다. 잠시 스쳐지난, 어둑하고 노란 불빛 속, 그들의 모습이 내가 되는 선택.

그리고 잠시 슬퍼졌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나는 나 일수도 있을 그 모습들을 지나쳐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본 하늘은 어둡지만 맑았고 제법 시원해진 바람이 불어왔다.

계절이 변해간다. 나도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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