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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Go Duck May 02. 2024

별과 과거와 미래와 지금, 그리고 지금


겨울, 1월의 어느 밤.

문득 별이 보고 싶어졌다.

사막에 가면 밤하늘 빼곡히 들어찬 별을 볼 수 있다 들었기에 그리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여기는 한국.

사막도, 빼곡한 밤하늘의 별도 없는 곳.


바깥의 날씨는 좋았다.

밤하늘은 맑았고 저 멀리 북극성과 북두칠성, 그리고 큰 곰자리가 또렷이 보였다.

그리고 밤하늘.

희미하게 깜빡거리는 몇몇의 별들을 제외하곤 광활한 하늘 온통을 '밤'이 차지하고 있었다.

북극성, 북두칠성, 큰 곰자리.

내가 아는 별자리는 그 셋이 전부.

도시의 밤하늘도 꼭 나만큼만 별을 아나보다.

지구 어디나 같은 하늘, 같은 별일 텐데 웬일인지 여기선 별들이 숨는다.


별자리 세 개만이 반짝이는 도시의 밤하늘을 뒤로 하고 나는 좀 더 많은 별을 보러 시외로 나가보기로 했다.

도시의 불빛이 없는 그곳이라면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으리라.

어쩌면 은하수도 볼 수 있으리라.

어린 시절 보았던 밤하늘을 가로지른 은하수를.

'푸른 하늘 은하수'

은하수가 보이는 하늘은 말 그대로 푸르다.

밤이지만 푸르다.


네비의 지도를 따라 집과 가장 가까운 작은 섬으로 향한다.

시간은 자정에 다가가고 작은 섬과 가까워질수록 주변은 더욱 캄캄해진다.

마침내 길의 끝.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다.


푸른 하늘도, 은하수도 없었지만 별들은 많았다.

나는 차가운 공터 바닥에 홀로 누워 한동안 별을 본다.

떠오르는 생각도 없이 그저 누워 별을 본다.

마음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퇴근길,

그때의 하늘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는 생각지 못했던 별들의 의미가 떠오르고 그 반짝임이 새롭게 다가왔다.

마치 몇 달 전 그 겨울밤의 과거로 돌아가 그 자리에 있는 듯했다.

나는 과거에 있는 것인가? 현재에 있는 것인가?

과거를 상상하는 현재에 있는 것인가?

현재 속에 과거가 있는 것인가?

과거 속에 현재가 있는 것인가?


그러다 문득 별들이 빼곡히 들어찬 어느 사막의 밤하늘에 누워있는 나도 떠올랐다.

그것은 미래인가?

미래를 상상하는 현재인가?

미래 속에 현재가 있는 것인가?

현재 속에 미래가 있는 것인가?


나는 사막에 누워 푸른색조차 가려버린 밤하늘의 빼곡한 별을 본다.

저 광활한 우주를 가득 메운 무수한 별들.

별들은 나를 보고 나는 별들을 보며 상상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저 거대한 우주 속에 미립자만큼의 크기도 되지 않는 나란 인간이 홀로가 아님을 온몸으로 느낀다.

별들은 내가 되고, 나는 별들이 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혼자였던 적도 없고 혼자일 수도 없다.


과거의 별과 오지 않은, 혹은 오지 않을 미래의 별을 지금, 나는, 보았다.

과거와 미래는 지금의 다른 이름일 뿐, 각각의 개별적 개념이 아니다.

지금과 미래도 과거의 다른 이름일 뿐, 각각의 개별적 개념이 아니다.

과거와 지금도 미래의 다른 이름일 뿐, 각각의 개별적 개념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원래 하나인 것이다.

우주가 아무리 크다 해도 그저 하나의 우주다.

영원이 아무리 끝이 없다 해도 그저 흐름의 덩어리다.


보았던 별과 보지 안은 별과 지금 밤의 별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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