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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May 23. 2024

퇴근길

2024년 5월 22일 수요일


착. 착. 착. 착.

한 발, 한 발 단단한 지면을 밟으며 집으로 간다.

아스팔트 횡단보도 길도 단단

요색저색 보도블록 길도 단단

흙이뭉친 울퉁불퉁 길도 단단


땅속으로 떨어질까 걱정도 없이

하늘위로 날아갈까 걱정도 없이

룰루랄라 기분좋게 집으로 간다.


 


 


오늘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단단히 땅을 밟고 나아가기에 나는 넘어지지도,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지나는 사람들도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리듬을 맞추며 춤을 추듯 걸어갑니다.

여유로운 표정의 사람도 있고 조급한 표정의 사람도 있습니다.

고민스런 얼굴로 통화를 하며 걷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 나와 마찬가지로 단단한 땅을 밟고 현재에 몰두하며 걸어갑니다.


우리는 때때로 고민하고 상처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어떨 때는 상심이 너무 커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럴 때라도 땅은 변함없이 단단합니다.

단단한 땅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현실과 상황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땅으로 떨어질까, 하늘로 솟아날까 걱정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문제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즐거울 때도 행복할 때도 땅은 변함없이 단단합니다.

무너지고 솟아날 걱정 없이 우리를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머무르게 해 줍니다.

언제나 단단하고, 언제나 든든한 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야, 걱정하지 마. 넌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네 일에만 몰두하면 돼"


가끔은 이렇게 단단하고 든든한 땅을 두 발로 느끼며 걸어본다면 우리는 필시 힘과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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