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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Go Duck Jun 02. 2024

뭔가 복잡한데 뭐가 복잡한진 모르는 오늘

2024년 06월 01일


오늘은 좀 이상한 날이다.

잠도 잘 잤고 피로도 별로 없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도 모두 잘 처리했고 누구와 다투거나 누구에게 조금의 화도 내지 않았다.

평소대로 운동도 했고 밥도 잘 먹었다.

날씨가 나빴나?

아니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고 구름은 찬란했다.


그런데 뭔가가 하루종일 신경을 긁는다.

마음 어딘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실금이 가있어 거기로 무언가가 계속해서 새어나가는 기분이다.

뭔지 모르지만 찜찜하고, 뭔지 모르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몇 가지 자잘한 일들은 있었다.

자잘하긴 하지만 제법 신경 쓰이는 일.

하지만 그 일들은 오늘 내가 어딘가 복잡하고 찜찜한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만든 계기였을 뿐 원인은 아니다.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뭔가 복잡한데 뭐가 복잡한진 모르는 오늘.


'잠을 좀 자고 나면 낫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다이어리를 덮고 잠자리로 가려는데 갑자기 번뜩하며 뭔가가 이해가 된다.


'아.......'


나는 헤어진 그 사람을 이해했다.

그때 그 사람이 내게 왜 그렇게 했는지.

지금까지 그 이유를 안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하나도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그때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나는,

오늘에야 그 이유를 정말 알았다.


오늘 하루종일 나를 붙잡고 있던 뭔지 모르는 복잡한 찜찜함은 그 사람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

뭔지 모르는 복잡한 찜찜한의 정체가 무엇인진 여전히 모르지만 그 사람과 상관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신기하고도 재미있게 나는 갑자기 그때의 일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래, 그렇다면 오늘의 뭐가 뭔지 모르는 이 복잡함도 언젠가 '아....'하고 이해가 되겠지.

그렇다면 괜스레 마음 쓸건 없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걸 기를 써서 알아낸다고 인생의 등수가 오르는 것도 아니니.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다.

복잡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나란 걸.

복잡한 것도 나고, 동동거리는 것도 나고, 느닷없이 생각지도 않은 일을 갑자기 이해하는 것도 나란 걸.

'나'는 '나'이고 '나'는 '나'에게 돌아오니 복잡한 마음을 쫓아 같이 방황하고 심란하지 않아도 괜찮음을.


뭔가 복잡한데 뭐가 복잡한지 몰라 하루종일 심란하고 찜찜했던 하루가 이렇게 끝나간다.

나름은 해피엔딩이다.

내일은 내일이 되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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