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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Jul 07. 2024

해운대의 해무


부산 사상에서 해운대로 광안대교를 타고 넘어가다 저 멀리 아득한 수평선에서 피어오른 해무가 바람을 타고 넘어와 해운대 백사장과 달맞이 고개를 그야말로 '신비하게'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멀리서 바라본 안갯속 해운대는 동화의 나라였고 전설 속 왕국이었으며 마법의 세계였다. 뜨거운 열기와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내리쬐는 태양과 서늘함이 묻은 강한 바람이 그 신비를 더했다. 달맞이 고개사이로, 해운대의 빌딩들 사이로 용 한 마리가 삐죽이 머리를 내밀고 윙크를 한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그런 신비함. 그날의 해운대가 그랬다.

그곳에 정말 마법이 깃들었을까? 일 때문에 수 십 번을 해운대에 왔어도 한 번도 해변으론 발길 한 번 돌린 적 없지만 내 발길은 어느새 퇴근도 미루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해변. 바람은 시원했고 햇볕은 따가웠다. 나는 돌계단에 가만히 앉아 파도에 반사된 뜨거운 햇볕이 벌겋게 피부를 달구는 걸 느끼며 흩어지는 파도와 풍경을 바라봤다. 해무는 백사장을 휘돌아 건물사이로 파고들었고 햇볕은 해무에 부딪쳐 흩어지고 반사되어 신비하게 빛났다. 드러난 팔과 목, 그리고 얼굴에서 기분 좋게 달라붙은 해무의 끈적함이 느껴졌다. 나는 잠시 마법 세계의 주민이며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가만히 그곳에 앉아 보여지는 모든것을 바라보았다. 바람은 차갑고 햇볕은 뜨겁고 해무는 몸에 붙어 끈적이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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