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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Go Duck Oct 21. 2024

Part6. 부자가 되는 또 다른 방법(6-4)

부자 이야기


Part6-4

오유지족(吾唯知足)




적게 쓰기에 관해 주절주절 적었지만 적게 쓰기의 요체는 '만족'이다. '만족'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적게 쓰게 될 것이다. 또한 만족은 누구든 할 수 있다.

부자는 재물(만)이 넉넉한 사람이지만 만족자는 모든 게 넉넉한 사람이다.


만족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말이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처지에 맞게 행동하며 현재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편안해서 만족하고 만족해서 편안하다. 실로 만족의 정점에 다다렀음이다. 언제 어디서든 안분지족을 할 수 있다면 삶 전체가 평온해지리라.

만족을 뜻하는 사자성어는 안분지족(安分知足) 외에도 지족불욕(知足不辱), 소욕지족((少欲知足)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이란 말이다.


오유지족(吾唯知足)
'나는, 오직 만족밖에 알지 못한다'


오유지족(吾唯知足),

돈이 많아도 돈이 적어도, 마음이 편해도 마음이 불편해도, 분수를 지켜도 지키지 않아도, 현재에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모든 게 만족, 오로지 만족뿐인 것, 그것이 오유지족(吾唯知足)이다.


오유지족은 불교의 유교경에 나오는 "부지족자 수부이빈 지족지인 수빈이부(不知足者 雖富而貧 知足知人 雖貧而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는 ‘족(足)함을 모르는 사람은 부유(富裕) 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사람은 가난해도 부유하다’는 뜻이다. 오유지족(吾唯知足)을 한 글자씩 살펴보면 "나 오(吾), 오직 유(唯), 알 지(知), 족할 족(足)"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풀어보면 "나는 오직 만족밖엔 알지 못한다"린 뜻이 된다.

정말 굉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부터 세포 하나까지, 존재 자체가 오로지 만족으로 가득 찬 상태. 가득 찼으므로 비어있는, 비어있음으로 가득 찬 상태가 오유지족(吾唯知足)이다.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요청한 건 햇빛을 다시 쬘 수 있게 위치를 조금 옮겨주는 것이었다. 세계 최고 최강의 인간에게 디오게네스가 바란 건 지위도 재산도 아닌 그저 햇볕을 가리지 말라는 것뿐이었다. 디오게네스는 분명 안분지족 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디오게네스가 오유지족까지 했다면 알렉산더 대왕이 햇볕을 가리든 가리지 않든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았을까? 


부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오유지족에 이르는 길 역시 만만하진 않을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살아온 방식과는 정반대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계속 구할 것인가, 점점 비울 것인가 하는 건 전혀 다른 방향의 문제다. 발전은 곧 더 많은걸 가지는 것이라고 사회는 얘기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지는 것이 현명한 것이고 옳은 것이며 비우고 버리는 것은 어리석으며 그릇된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 해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 많은 재물이다. 부자의 성립 조건이 바로 많은 재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족에 있어 돈의 많고 적음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만족은 바로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 그냥 지금, 바로, 여기, 이 순간에 만족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의문도 든다. 과연 한 인간이 오직 만족하는 상태에 이를 수 있을까? 이른다 하더라도 지속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어쩌면 생이 끝나는 순간 잠시나마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 찰나의 순간에.


그렇다 하더라도 만족을 향해 가는 건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않을까 한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우리는 항상 편안과 만족을 염원하고 그곳에 이르길 소망한다. 부자가 되려는 것도 그런 마음의 발현이다. 궁극의 만족에 이르는 게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그 길을 걸어감은 편안과 만족으로 향하는 자연스러운 여정이기에 분명 즐겁고 편안한 길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만족하기 위해 스스로를 돌봐가는 것, 만족의 마음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 우리는 이런 것들에 좀 더 가치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오유지족(吾唯知足)'에 대해선 김주환 교수의 유튜브 강의 중 '수용'편에 보다 자세히 나온다.

또한 이번 글 역시 그분의 강의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아 작성하였음을 밝힌다.


유튜브 김주환 교수 강의 '수용'편(오유지족에 관한 내용은 44분 30초부터 나옴) 

https://www.youtube.com/live/ZCty0wvogDo?si=C39fyYDZwKC30a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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