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음력 1월 하고도 1일
까치의 설날이 지나고 우리의 설날이 왔다.
분명 양력의 1월 1일도 새해건만 구정을 넘겨야 제대로 새해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문화와 습관이 이렇게나 무섭다.
이제 아침이면 집집마다 세배를 하러 다니느라 바쁜 사람들이 많을 테다. 손아랫사람들은 손윗사람을 찾아뵙고 감사와 존경을 담아 세배를 하고 세배를 받은 윗사람은 약간은 멋쩍고 대견한 표정으로 웃음을 띠며 그들의 마음씀에 기특해하며 주머니 속 준비해 둔 세뱃돈을 줄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혼자인 사람, 외로운 사람, 마음이 괴로운 사람, 사정이 여의치 않는 사람, 새해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
어떤 이유에든 새해를 새해답지 않게 보내는 이들도 많을 테다. 그렇지만 뭐 꼭 새배를 하고 차례를 지내야만 새해인가?
사람은 각자의 의견이 있고 취향이 있어 좋아하고 반목하는 등 선택적이지만 새해는 그런 게 없다. '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나 새해는 찾아온다. 그러니 어느 누구라도 새해라는 손님의 방문을 즐겁게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음력 1월 1일. 오늘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가 곳곳에서 들릴 것이다. 세배를 할 때도 들을 것이고 잠시 들른 가게에서도 들을 것이고 오가다 마주치는 이웃에게도 들을 것이다. 티브이와 SNS에서도 들을 것이고 심지어 브런치에서도 많이 들을 것이다.
새해의 의미는 '새로운 해'이다. 새롭다는 것은 지난 것을 모두 놓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새해의 의미 중 하나는 놓아주고 떠나보내주는 것이다.
슬픔도 미움도 원망도, 영광도 환희도 기쁨도,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흘려버리고 다시 텅 빈 새롭고 깨끗한 '나'가 되는 것. 모두 놓아버려 깨끗이 비운 그 자리에 새로운 복을 가득 채우는 것. 그래서 정말로 새해 복 많이 받는 하루가 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새해는 그런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누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어떤 일이 있었든,
모두 놓아버려 텅 빈 그 마음에 새로운 복이 가득 들어차기를,
새해 새 복 많이 받기를.
누구나가 그러하기를.
가만히 소원해본다.
새해 새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