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리뷰 모음 02

두 번째

by 천우주

1. 레이디 버드


레이디버드.jpg 레이디 버드(2018)

Lady Bird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로리 멧칼프, 트레이시 레츠, 티모시 살라메 등

러닝타임: 94분



안녕! 내 이름은 레이디 버드야

시얼샤 로넌.

나는 배우로서 그녀를 아주 좋아한다. '러블리 본즈'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나를 완전히 빨아들였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시얼샤 로넌이 출연했단 이유만으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레이디 버드'이다.


레이디 버드(Lady Bird) 또는 Lady Bug는 무당벌레를 일컫는 말이다. 왜 주인공이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고 지칭했는지는 문화적 이해 부족으로 모르겠지만 아마도 주변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한적한 시골 마을인(완전 시골은 아니지만) 새크라멘토에서 나고 자란 17세 소녀, 자칭 '레이디 버드'가 여러 사건을 거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고도 담백하게 그린 내용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과하게 감정적이지도 않고 과하게 역동적이지도 않지만 우리가 흔히 겪어본 일들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비록 우리와 다른 환경, 다른 문화의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지만 그럼에도 같은 인간이기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된다.

영화 소개 부분엔 장르가 코미디로 되어 있는데 코미디는 아니니 속지말길 바란다. 단지 극이 무겁게 흘러가지 않게 중간중간 가벼운 요소들을 넣긴 했지만 코미디는 절대 아니고 아주 평범한 십 대의 성장 드라마라고 보면 된다.

영화를 보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분명 별다른 장면이 아니었음에도 보는 중간 어디쯤에서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었다.

'그래 그랬었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과거 어떤 부분들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2. 마마


마마.jpg 마마(2013)


Mama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 메건 카펜티어 등

러닝타임: 100분


포스터를 보면 길예르모 델토로가 감독을 했다고 나오는데 공식적으론 안드레스 무시에티가 감독을 하고 길예르모와 공동으로 제작을 진행한 걸로 보인다. 마마는 처음부터 장편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의 처음은 안드레스 무시에티라는 무명의 감독이 만든 3분가량의 단편 공포영화였다.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짧은 단편은 유튜브를 통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한땐 웹상에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라는 소문까지 퍼졌었다. 어쩌면 그즈음 길예르모 델토르 감독도 이 단편 영화를 접하게 되면서 작품에 흥미를 가지고 안드레스 무시에티와 함께 장편 영화로 제작을 하게 된 게 아닐까 한다.

나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3분 단편을 먼저 보았었는데 가장 무서운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에 신선한 오싹함과 공포를 주는 영화임은 분명했다. 그 신선한 오싹함과 공포에 끌려 장편까지 보게 된 것이다.


장편으로 제작된 마마에서도 단편에서 보여준 공포의 맥락을 그대로 이어간다. 그렇지만 길예르모 델토르가 같이 제작을 해서인지 특유의 검은 판타지와 잔혹동화 같은 감성도 곳곳에 배어있다. 영화를 보면서 '판의 미로'가 계속 떠올랐으니 말이다. 원작의 신선한 공포와 검은 판타지가 잘 섞였다는 건 장점이기도 하지만 역시 그 때문에 원작의 공포가 조금 퇴색된 것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아주 잘 본 영화이다.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길 추천한다.


아래는 단편 공포영화 마마의 유튜브 링크이다.

https://youtu.be/fM9Z73EGTgU






3. 넷플릭스 '버려진 자들의 땅'


버려진자들의땅.jpg 버려진 자들의 땅(2016)

The bad batch

감독: 애나 릴리 아미푸르

출연: 수키 워터하우스, 제이슨 모모아, 지오바니 리비시, 키아누 리브스 등

러닝타임: 118분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3류스러움(개인적으론)에 보지 않으려 했지만 넷플릭스에 들어갈 때마다 신경 쓰이게 예고편이 자꾸 재생되어 보게 되었다. 엥? 근데 감독이??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디스토피아적 근미래를 보여주는 영화지만 이 영화를 시청 한 번에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내게 매우 어려웠다. 보는 내내 감독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아주 재미없게 보여주는데 어딘지 카프카의 소설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해되지 않는 재미없음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가 은근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보게 만드는 뭔가는 있다는 것이다. 분명 메시지는 있는데 그게 뭔지 한 번 시청으론 당최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스토리가 뭔가 그럴듯하게 흘러가다가도 갑자기 산으로 달아나버리고 거기다 대사마저 제한적이다.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독특하다. 당최 제정신인 사람이 하나도 없다. 앞서 카프카의 소설 같은 느낌이 난다고 했지만 주인공이 환각제를 먹고 겪는 장면에선 애니메이션 '아키라'가 연상되기도 한다.

한 번의 시청으로 영화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느낌적 느낌을 말해본다면 뭔가 '내면의 갈등과 성장'을 얘기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사람의 황폐한 마음을 현실로 구현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비논리적이고 엉뚱하고 잔인하고 아름다운 그런면들 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마음(혹은 생각), 그중에서도 방황하는 마음을 얘기하고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원제 Bad Batch가 불량품이란 뜻이니 결국 모든 인간은 가치가 있다?

뭐 단정할 순 없다. 어쨌든 이 영화는 한 번 더 보고 리뷰를 해야겠다.

(포스터의 주인공이 입고 있는 노란 스마일 바지, 그리고 제이슨 모모아의 문신 등 클리셰들도 잔뜩 있는 것 같지만 역시 한 번의 시청으론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아 그리고 사전 정보 없이 본 영화라 몰랐는데 이 영화에는 유명한 배우들이 꽤 출연한다.

그중에서도 키아누 리브스.

영화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했을 때 정말 저 사람이 키아누 리브스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어쩐지 키아누와 좀 닮은 듯해 보였는데 세상에나 진짜로 키아누 리브스였다.

정말 후덕하고 느끼하고 사이비 같은.... 그런 키아누는 처음이었다.

예전 '기프트'란 영화에서 완벽한 시골 개망나니 역할을 했을 때도 적잖이 놀랐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나 참... 키아누는 키아눈데 후덕한 키아누라니....


아무튼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 번 더 봐야 될 영화이다.

그래서 추천은 미루기로 한다.





4. 월요일이 사라졌다.


월요일이사라졌다.jpeg 월요일이 사라졌다(2017)


What happened to Monday?

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누미 라파스, 윌리엄 데포, 글렌 클로즈, 마르완 켄자리 등

러닝타임: 123분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미래 사회의 통제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디스토피아적 영화다. 디스토피아와 관련된 다른 많은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또 어떤 부분은 신선함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신선했던 건 스릴러와 추리적 요소가 들어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영화는 쌍둥이란 재밌는 설정을 가지고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스토리가 예상을 살짝살짝 벗어나며 진행되어 긴장감을 계속 유지시키는 게 좋았으며 복선으로 깔았던 내용들을 결말에 가서 한꺼번에 터트리며 카타르시스를 주는 점도 좋았다.(나이트 샤말란이 좋아할 법하다고 해야 할까?)

결말에 관해 짧게 얘기하자면 영화를 보는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말이라곤 할 수 없지만 찝찝함은 남겨놓지 않는 그런 결말이다.


다만 포스터의 이미지나 예고편과는 다르게 잔인한 장면도 꽤 자주 나오니 시청에 참고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추천하는 영화다.





5. 23 아이덴티티


23아이덴티티.jpg 23 아이덴티티(2017)

Split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베티 버클리 등

러닝타임: 117분


샤말란의 히어로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샤말란의 히어로 3부작 중 1부는 2000년에 개봉한 언브레이커블이고, 2부는 바로 이 영화 23 아이덴티티, 그리고 마지막 3부가 2019년에 개봉한 글래스이다. 영화의 원제는 Split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국에선 23 아이덴티티란 제목으로 개봉을 했다. 나름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리 나쁜 의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샤말란 감독의 작품인지도 몰랐고 히어로 3부작 중 2부란 것도 모른 채 시청을 했다. 영화의 마지막을 보고서야 "아"하면서 머리를 탁 쳤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에 개봉한 글래스 이후 16년이나 지나서 2부를 냈으니 평소 그런 정보를 즐겨 찾지 않는 나로선 알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개인적으론 샤말란 감독 영화 중 식스센스 이후 가장 충격을 받는 행운(?)을 누리긴 했다.


평소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괜찮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연기만으로도 괜찮은 작품이지만 그보단 샤말란 영화 초기의 공포스러움을 잘 살렸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의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누구나가 다 아는 바로 그 '식스센스'이지만 그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반전만은 아니었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신들린 연기로 완성된 바로 그 공포스러움. 반전도 반전이지만 그 공포감이 식스 센스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요인이 되지 않았나 한다.

이 영화 역시 그런 공포의 맥을 잇고 있다. 사실 할리 조엘 오스먼트만큼 공포 연기를 잘 살렸다고 볼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분위기만큼은 그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담으로 식스센스 이후 샤말란 감독의 영화들은 결말의 반전에 너무 신경을 쓰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샤말란은 감독의 영화들은 대개가 인물과 소재만 다를 뿐 플롯이 비슷비슷하다.

알 수 없는 사건들, 충격을 받는 사람들, 그리고 뭔지 모르지만 갑자기 고조되는 분위기, 그러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 반전을 생각지 않고 본다면 샤말란의 다른 영화들도 꽤 괜찮은 영화들인데 감독도 마케터도 관객들도 반전에만 너무 치우친 듯한 게 아쉽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샤말란은 반전보단 차라리 호러에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만 좀 잘 고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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