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0일
몇 주전부터 새로운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예전에 하던 일과는 다른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예전의 일과도 연관이 있는 일을 하게 되어버렸다.
좀 다른 점은 운전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가보지 않은 지역도 가보고 출장도 다니고 한다.
그동안 운전을 안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돌아다는 일을 하다 보니 운전을 한다는 게 또 조금은 새롭게 다가온다.
운전을 얼마나 했던지간에 새로 몰게 되는 차나 새로 가게 되는 길은 언제나 좀 부담스럽다.
특히 시내 중심가나 교통이 혼잡한 지역을 처음 갈 때는 더욱 그렇다.
이 길인가 생각하면 이 길이 아니고 분명 이 차로가 맞는 것 같은데 막상 저만치 가보면 틀린 차로다.
좌회전 차로라 생각하고 가면 직진 차로이고 직진 차로라고 생각하고 가면 좌회전 차로다.
오거리, 육거리는 또 왜 그리 복잡한지.
네비에서는 두 시 방향이라고 하는데 내가 서있는 이 차선에서는 도저히 두 시 방향으로 갈 수가 없다.
목적지를 지나쳤다는 네비의 음성이나 경로를 틀렸다는 땡땡 거림은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이상한 길로 들어서게 되고 조금 전까지 도착 1분 전이던 네비의 시간이 도착 10분 전으로 눈 깜짝할 새 변해있다.
그동안 출퇴근이라도 운전을 계속했던 나도 그런데 초보들은 오죽할까 싶다.
지난주 부산의 한 도로를 네비와 표지판을 열심히 보며 지나치고 있는데 문득 운전을 한다는 게 사람 사는 것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사람이 만든 거니 사람과 비슷하겠지만 말이다.
신이 사람을 자신과 닮게 만들었듯, 사람이 만든 것들도 알게 모르게 사람과 삶을 닮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일을 시작하지만 인생이란 게 만만치가 않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잘 가던 길도 갑자기 공사를 하는 바람에 길이 엉뚱하게 꼬여버리고 인류의 위대한 조언자인 내비게이션조차도 때로는 제대로 된 길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인생도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넘어지기 일쑤고 든든했던 조력자들도 오발탄을 남발한다.
처음 가는 곳은 또 어떤가?
멀쩡한 4차선 차로가 왜 갑자기 2차선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5차선으로 늘어나는가?
도로의 선들은 왜 그리 지우고 덧칠하고 지우고 덧칠해서 가뜩 아니 헷갈리는 길을 더욱 헷갈리게 해 놓는가?
기회도 많은 듯 보이다가 왜 갑자기 줄어들고 또 갑자기 늘어나서 마음을 어지럽히는가?
위대한 이들의 말들은 하나 같이 보이다가 또 왜 제각각이어서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가?
더구나 좋은 말이랍시고 새로운 '어록'들은 뭐 그렇게 많이들 만들어내고 있는가?
꿈을 가져라, 말아라, 도전해라, 말아라, 가뜩이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자아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가?
사는 게 참 쉽지만은 않다.
운전을 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꿈을 좇는 것도, 쫓지 않는 것도 모두 쉽지만은 않다.
하기사 두 번 살아본 적 없는 인생이니 어렵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참 열심히도 살고 있다.
잘하든 못하든 그들만의 자리에서 참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운전을 하면서 늘 '사람만 다치게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차야 부서져도 되고 망가져도 되지만 나도 그렇고 남도 그렇고 누구든 다치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사는 것도 그런 마음으로 산다면 그것도 꽤 괜찮지 않을까?
비록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방어 운전하듯 서로를 좀 헤아리고 배려한다면 그래도 약간은 좀 우리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