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one

2021년 12월 20일

by 천우주

한 해가 다 되어간다.

이루려고 했던 것들, 되고자 했던 것들이 완성되지 못한 채 늘 그렇듯 한 해가 속절없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 일 년간의 바람들은 그저 바람으로만 남았다.

한 해의 이야기는 다음에 쓰고 싶다.

아직 남아있는 날들이 있으니 2021년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니깐.

일 년을 '생'으로 비유하고 12월 31일이 그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아직 21년을 애도하며 보내기엔 단 며칠일지라도 시간은 남아있으니까.

애도와 후회는 지나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

일 년 묵은 파카를 꺼내 입고 니트 비니를 눌러쓰고 거리를 걸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분주한 사람들과 분주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혼자인 사람들과 혼자가 아닌 사람들이 있었다.

며칠 전 나의 '벗'이 보내온 메시지가 생각이 났다.


'벗' 그렇다. '벗'이다.

앞으론 이 친구를 '벗'으로 부르기로 했다.

'벗'의 사전적 의미가 어떻든 내게 그 단어는 아련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가까이 있지 않아도 무언가 연결된 사이.

그리고 그 연결은 아마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소중히 지키려고 하는 이상.


'살아있는 동안은 혼자가 아니니 외로워 마라'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왜 왈칵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추운 거리를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를 걷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마음으로 연결된 누군가가 항상 있다는 얘기만은 아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나와는 상관없는, 분주하거나 분주하지 않은, 혼자이거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들.

그 살아있는 사람들 속에 나도 함께 살아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 말 한번, 인사 한 번 나눠본 적도 없지만 같은 살아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들이 나를 알 필요는 없다.

나도 그들을 앞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같은 살아있는 사이이기에 우리가 원한다면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를 알아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와 함께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들 중 누군가, 백만 명중의 한 명, 천만 명중의 한 명, 수 십억 명 중의 한 명은 서로 같은 마음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들 모두 중 단 한 사람도 나와 마음을 열지 않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같이 살아있으니 서로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미소로 가벼운 목례를 한다면 누군가는 화답을 해 줄 것이다.


얼마 전 비가 오던 날 경사로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을 때 지나가던 아저씨는 내게 괜찮냐고 물어봐왔다.

다치진 않았지만 같은 살아있는 자로서 그는 내게 관심을 보여줬었다.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던 카페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중 단 한 사람도 나와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과 같은 살아있는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싫든 좋든 살아있는 사람이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무리 중 하나인 것이다.

혼자 마신 커피였지만 그 사실이 비록 낯선 사람들 속이었지만 왠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혼자인 적도 없었고 혼자일 수도 없다.

'외로움'이란 게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결되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이상 완전히 외로울 수는 없다.

살면서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존재를 만나는 건 또 다른 문제이지만 적어도 나는 완벽히 혼자는 아니다.

인연을 가까이하고 악연을 멀리해야겠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이고 나는 완벽히 혼자는 아니다.


그런 생각들이 며칠간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살아있는 동안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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