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가 보고 싶은 날에
오랜만의 쉬는 토요일다.
느지막이 일어나 이발도 할 겸 산책을 나선다.
오늘 날씨를 보니 바깥이 제법 추운듯해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서기로 했다.
옷을 껴입고 니트모를 덮어쓰니 든든한 마음이 든다.
바깥을 나서니 찬 공기가 훅 하고 들어온다.
겨울 냄새다.
저번에 이발을 했던 미용실을 갔으나 미용실 간판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구나. 오늘이 크리스마스구나'
할 수 없이 이발은 내일로 미루고 근처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 커피점으로 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기로 한다.
바람이 점점 심하게 불어와 니트모를 덮어쓴 귀가 시리다.
추운 날씨임에도 커피를 사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원래부터 아이스를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샌가 아이스의 차가움이 주는 그 씁쓸함이 좋아져 날씨와는 상관없이 늘 아이스로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건 좋았지만 잔을 잡고 있는 손이 너무 시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갑이라도 하나 챙겨 올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공기는 맑고 날씨는 차가우며 하늘은 파랗다.
저 파란 하늘 너머 어디엔가엔 은하수가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땐 제법 심심치 않게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밤하늘 고개를 올려보면 까만 하늘에 쏟아질 듯 많은 별들이 하늘에 길을 만들고 있었고 밤 푸른 하늘에 아름답게 찬란이는 광경은 어린 눈에도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푸른 하늘 은하수'
밤의 하늘이 푸르지는 않지만 밝은 밤하늘은 정말 짙고 청명하며 어둡지 않은 푸름을 낸다.
그 이후로는 은하수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은하수가 사라진건 아니다.
낮 푸른 하늘 저편에도 보이진 않지만 별의 길은 오늘도 어김없이 빛을 내고 있을 것이며 도시의 불빛이 환해진 밤에도 그 빛 너머 우주 저편에선 조각배의 길을 밝히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서있는 이곳이 별을 보기엔 너무 밝을 뿐이다.
가끔씩 은하수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 보았던 그 아름다운 광경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길을 가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그곳에 밝은 하늘길을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쏟아 내릴듯한 별들의 무리가 머리 위에 떠있는 그 아름다운 하늘이란.
조금 전 바깥을 나가봤지만 검고 맑은 하늘엔 몇 개의 별들만 반짝거릴 뿐이었다.
하늘이 길을 잃었을까, 우리가 길을 잃었을까?
아마 누구도 길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별은 별의 길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일 것이다.
그래도 서로의 길을 가는 중 언젠가 어디에선가 별과 내가 다시 마주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