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2022년 02월 28일

by 천우주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넛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음악 교과서에 실렸던 노래 중 '봄이 오면'이란 노래가 있었다.

당시 음악 선생님은 남자셨는데 바리톤음이 꽤 멋진 사람으로 기억된다.

나이는 아마도 50대 전후였었고 반이상은 벗어진 머리에 옅은 눈썹, 그리고 쌍꺼풀 없이 두툼한 눈덩이를 가진 선생님이었다.

게다가 성격도 아주 급한 편이었다.

수업 중 아직도 생각나는 건 연상법을 이용한 교육이었다.

아주 기초적인 거라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다라마바사가나다'라는 장조를 외울 땐

'다마네기 사가나?'로 외우고

(다마네기는 양파의 방언이다.)

슈베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돈 지오반니를 외우게 할 때는

'슈베르트 너 피가로 결혼하는데 돈 주어 봤니?'

하는 식으로 수업을 하였다.


아무튼 어디를 보나 외모적으론 전혀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간혹 자신이 음대에 합격해 입학식에 가던 시절의 이야기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곡을 가르칠 때에는 '이 사람이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때 교과서에 실렸던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저 '봄이 오면'이란 노래인데 오늘 집 주변을 산책하다 문득 저 노래가 생각나 흥얼거리며 돌아다녔었다.


봄이 왔다.

아직 몇 번의 추위는 더 남았을 테고 적어도 4월까지는 꽃샘추위가 간간히 찾아들겠지만 그래도 오늘 거리를 돌아보니 봄이 온 것 같았다.

도로변 한 구석 매화나무엔 어느덧 매화가 피어있었고 다 죽은 줄만 알았던 앙상한 목련나무는 보슬보슬하면서도 거칠거칠한 털이 달린 꽃순을 틔워내고 있었다.

날씨도 따뜻했다.

추울 거라 짐작해 입고 나간 외투가 더워 걷는 내내 어정쩡하게 손에 들고 걸었으니 말이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산과 들과 거리는 잎과 꽃들이 소란스럽게 피어날 것이다.

그들의 피어남은 마치 '깔깔거림'같다.

아무런 의도 없이 그저 좋아서 웃는 웃음 말이다.


그렇지만 우울한 소식도 들려온다.

전쟁 소식이다.

봄은 깔깔거림을 생각나게도 하지만 엘리엇의 '황무지'도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다.

누군가에겐 깔깔거림의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겐 잔인한 계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쟁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전쟁은 없어져야 할 인류의 악습이다.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보탤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무력하게 바랄 뿐이다.

봄이 그들에게도 깔깔거림으로 찾아오게 말이다.


쓰고 있는 글이 몇 개 있다.

다큐멘터리 리뷰 하나와 영화 리뷰 두 개, 그리고 단편소설 하나이다.

언제 다 쓸지는 모르겠다.

분량이 많거나 쓸 시간도 없이 바빠서가 아니라 왠지 글을 쓰는데 그동안 손이 가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이 떠 있나 보다.

봄과 함께 내 마음도 이제 바닥에 발을 디뎠으면 좋겠다.



아래 동영상은 '봄이 오면'가곡의 유튜브 영상이다.

https://youtu.be/j5Yeptzu56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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