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5월 07일
굉장히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일일의 기록'이 아니니 '일기'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지만 나는 일기의 범주를 좀 넓게 생각하기에 이런 '생각 흐르는 대로 쓰는 글'을 일기라고 부르고 있다.
쓰고 보니 괜스런 설명이 붙었나 싶기도 한데 오랜만에 쓰는 글이고 또 혼자 떠드는 글이기도 하니 뭐 어떠랴.
사실 최근 들어 통 무언가를 '쓸'기분이 거의 들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세운 목표 중의 두어 가지를 시간들여 하다보니 뭔가를 쓸 시간이 별로 없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이지 싶다.
왜일까?
모르겠다.
릴케의 말처럼 지금 알 수 없는 것은 언젠가 시간이 얘기해줄 것이니 딱히 이유를 애써 찾고 싶지는 않다.
싸이월드가 부활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나도 이삼 년 정도 싸이월드에 일기를 써왔던지라 싸이월드가 사라졌을 땐 많이 안타까웠었는데 다시 부활했다 하니 반갑기만 하다.
그 전엔 노트에 적곤 하던 일기를 웹으로 처음 적기 시작한 매체가 바로 싸이월드라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든다.
다만 아직 다이어리의 복구가 되지는 않은 모양이라 그 시절의 오글거리는 일기들을 보려면 좀 더 기다려야 되는 게 아쉽다.
그 외에 두어 가지 앱과 카카오 스토리에도 일기를 적었는데 지금은 브런치 하나에만 쓰고 있다.
그러고 보니 네이버 블로그에도 한 2년 정도 영화 리뷰나 그 밖의 이야기들을 적기도 하였다.
아마 그 글들을 다 모으면 분량이 제법 될 것 같기는 한데 언제 그런 마음이 든다면 시도를 해봐야겠다.
매주 로또복권을 산다.
이번주도 어김없이 꽝이지만 만일 마블이 널리 알린 '평행세계'가 실재한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또 1등의 확률이 8백만분의 1이라고 하니 만약 여기와 같은 평행세계가 8백만 개 정도 존재하고 그 모든 세계에 내가 존재하고 또 마찬가지로 로또복권을 샀다고 가정한다면 분명 그 세계 중 하나의 '나'는 1등에 당첨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8백만개의 평행세계로는 확률이 좀 모자라다고 하면 8억 개의 평행세계가 있다고 쳐도 좋다.
아무튼 그 무수한 평행세계 속의 어느 한 세계의 나는 틀림없이 지금쯤 당첨이 되어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하는 놀라운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을 터이다.
그리곤 월요일 날이 밝자마자 서울로 달려가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지금 바로 서울로 출발했을 수도 있겠다.
비록 이 세계의 바로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또 다른 '나'역시 '나'와 같을 것이니 생각을 좀 크게 가진다면 내가 복권 당첨이 되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7백9십9만9천9백9십9명의 나는 꽝이겠지만 말이다.
뭐 개중엔 2등도 몇 명 있을 것이고 3등도 몇 명 있을 것이니 전부 꽝인 것은 아닐려나?
다른 세계가 어찌 되었는 내가 있는 이 세계와 지금의 나는 이렇게 또 하루의 주말을 꽝이 당첨된 복권과 함께 마감하고 있다.
꽝이면 어떠랴. 1등에겐 1등의 삶이 있듯 꽝에게도 꽝의 삶이 있으니 그 삶을 잘 살아가야지.
오늘은 하루 종일 괜스레 짜증스럽기만 하였는데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해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다.
이런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늘 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어제부터 월든을 다시 읽고 있다.
십 년도 훨씬 더 전에 읽었었는데 세월이 지나 다시 읽는 월든은 또 사뭇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갖게 한다.
다 읽은 후 월든에 관한 리뷰를 쓸 생각이지만 요즘 글 쓰는 걸로 보아선 그것도 참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브런치 서랍에 적던 글들이나 얼른 마무리지어야 할 텐데....
그래도 바람이 선선하니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밤이다.
이 바람이 다른 이들에게도 불어간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