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슬픔

2022년 06월 28일

by 천우주

어제는 갑작스레 슬픔이 올라왔다.

운전을 하던 중이었다.

나를 부르는 어여쁜 목소리를 회상하며 혼자 배시시 웃다 문득 잊고 있던 그리운 목소리가 떠올라버린 것이다.

어쩜 그렇게도 친근하게 나를 불렀었을까?

기억은 잠시 마음 저편으로 감춰놓았던 슬픔을 불러왔고 슬픔은 또, 눈물을 불러왔다.


되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재가돼버린 나무가 결코 다시 원래의 나무로 돌아갈 수 없듯 서로 다른 길로 가기로 한 인연도 다시 하나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니다.

그래도 같이한 날이나 같이 하지 않은 날이나 어느 순간도 우리는 서로를 미워한 적 없다.

떠나는 사람을 잘 보내주었고 그대는 이제 그대가 아닌 벗으로 남아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간다.


그렇지만 그 시절 그 감정은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사진처럼 남아, 가끔 나도 모르게 마음의 앨범이 들춰지고 그럴 때면 으레 슬픔이 잠깐 나를 다녀가는 것이다.


잘 지내느냐?

며칠 전 연락도 주고받았다만 그럼에도 잘 지내냐고 또 한 번 물어본다.

여행을 간다더니 잘 다녀왔는지 모르겠다.

부디 충실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나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기에 분명 나보다는 알찬 삶을 살 것이다.

내가 가진 그리움과 슬픔은 단지 지나버린 추억에 대한 잠시의 묵념이니 너무 신경 쓰진 않아도 된다.

또한 그리움과 슬픔만이 내 안의 앨범에 있는 게 아니라 기쁨과 행복도 나의 앨범엔 같이 있어 때때로 혼자 슬며시 웃기도 한단다.


잊지 못할 자국들, 잊지 못할 감정들.

어쩌면 그것들은 나를 좀 더 성장시키는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며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나를 찾아온 사랑하는 사람, 그들에게 보다 더 따뜻하고 보다 더 친절한 마음으로 대하라고 삶이 주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마음의 어둡고 악의적인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걷히게 해주는 빛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네가 했던 말처럼 슬프더라도 잠깐만 슬퍼하고 다시 기운을 차려 세상을 살아가자.

살아있는 동안은 살아가야 하니까.

되도록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니까.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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