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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양현 Jan 13. 2019

글로독 수용소로의 전근

전범이 된 조선인 포로감시원의 르포르타주

글로독 형무소

나는 며칠 후 근무지를 다른 수용소로 옮겼다.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이제는 전근 명령을 받아도 별 감흥이 없다. 이번에 배정받은 곳은 글로독(자카르타 안의 오래된 지역으로 화교들이 많이 정착해서 살고 있으며 이들의 정착촌인 차이나타운이 존재한다)에 있는 조그마한 수용소다. 전쟁 전에는 형무소로 쓰였던 곳이다. 둘레는 이중의 높은 벽으로 되어 있고 몇 군데에 망루가 있다. 벽색은 거무스레한 페인트칠이 되어 있고 감방마다 철망문이 달려있다. 형무소는 정복자가 원주민을 통치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물이다. 과거 무수한 저항자들이 여기에서 신음하였을 것이다. 원주민 죄수에 대한 교화와 교도의 흔적이 역력하다. 건물 자체는 음산한 냄새와 색깔을 풍긴다. 허술하게 철조망을 두르고 암페라를 쳐 놓은 다른 수용소에 비하면 과잉 격리의 구조다. 

네덜란드 군 포로였던 Bernardus Willem Rietveldt가 글로독 캠프를 그린 그림 (https://theindoproject.org에서 인용)


숯장사 야마모토 대위

수용소장 야마모토 대위란 자는 일본에서 바다와 마주하지 않은 몇 안 되는 현인 기후현 출신으로 고향에서 하던 일은 산에서 숯을 굽는 목탄 생산이었다고 한다. 그는 요네처럼 악질 인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간다 대위처럼 호인도 아니었다. 그는 부하를 통솔하려면 상하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며 매주 회식을 벌린다. 회식자리에서는 설교 같은 것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자기 할 말만 하고 부하의 말을 듣는 경우는 한 번도 없다. 화가 날 때면 자기의 슬리퍼를 한 짝 벗어서 뺨을 두세 번씩 갈긴다. 


우리는 그를 숯장사라고 부른다. 그렇게 부른 데는 까닭이 있다. 그는 자기의 월급이 나오면 몽땅 물품을 사서 쟁여 놓는다. 월급을 받으면 축음기, 셔츠, 그릇 가리지 않고 토산품을 마구 사서 큰 트렁크 두 개에 넣었다. 나중에는 그것도 모자라 큰 궤를 하나 짜서 그 속에 집어넣고 단단히 쇠로 된 테를 매어 부서지지 않도록 했다. 포로감시원 한 명이 포장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는데 시원찮게 보였는지 펜치를 빼앗는다.


“배 타고 차 타고 수만리를 갈 건데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나.”

그 전 배편이 많을 때에는 일본으로 귀국하는 배에 실어 몇십 박스를 보냈다. 요즘은 배편이 아주 사라지고 귀국하는 인편도 드물어 대위의 속은 울화가 날 지경이다. 하지만 좋은 물건만 보이면 무엇이든 다 자기 수중으로 확보하려는 꼬락서니를 보니 속이 검은 숯장사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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