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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May 16. 2016

마로니에 기억

다 다르기도 하고 또 비슷하기도 한 그런 특별한 

우리동네 아파트 공원에 '마로니에' 꽃이 피었다.

탐스런 꽃송이에서 종소리라도 울릴 듯 나무에 걸렸다.

이사오고, 해마다 어김 없이 5월을 알렸주었다. 


가까이서 보니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하나의 종같은 모양을 만들었다.

'원추화서' 우리 말로 '무한꽃차례' 란다. 시나 소설의 제목처럼 멋있다.  

하나의 줄기 같은데서 아래서부터 위로 점차 꽃이 피어 올라가는 모양이다. 


원추화서로 피어올라가는 작은 꽃들. 전체적으로 종 같은 모양을 만들었다. 


가을이 되면 잎맥도 또렷한 황금빛 잎으로 변해 간다. 나무는 그렇다.   


꽃만큼 특별한 것은 잎이다.

칠엽수라는 우리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곱 손가락 단풍잎 모양으로 생겼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 표면까지, 나름 이국적인 스타일이랄까.

단풍철이면 녹색이 빠지고 선명한 황금색이 들어찬다. 

또렷하게 떨어지는 질서정연한 잎맥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잎만큼 특별한 것은  열매다.

밤송이를 닮았다. 까보면 속에 든 것도 밤 알을 닮았다.

'너도밤나무과'에 속하는 종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못 먹는다. 독이 있단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았겠지.

다 사는 방법이다. 


겉껍질을 까면 이렇게 동그랗고 딱딱한 알맹이가 들어있다. 이거 또 까야 밤송이 같은 알이 나온다. 



칠엽수처럼 외국 이름과 우리 이름 두 가지가 있는 식물이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칠엽수와 수수꽃다리.

옛날에는 각각 마로니에, 라일락이라고 불렀다.  

외래어로 된 이름에서 더 정취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

칠엽수 나무에 곁에 있는 신나무 잎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정취의 밑바닥에 저마다 특별한 기억이 있다. 무엇일까?

나름대로 잊히지 않는 무언가 자리잡고 있겠지.

다 다를 것 같지만, 비슷하기도 한 그런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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