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면 톡 하고 터진다! 물봉선 관찰
늦더위 바람에 단풍이 며칠씩이나 늦어진다는 소식이다.
기상청의 이런 발표가 가을을 더 기다리게 한다.
정말로 숲 속은 단풍의 조짐이 없다.
그렇다고 제 색을 가진 나무들을 보기도 어렵다.
개울 근처 물푸레나무도 싱싱한 이름과 달리 모양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풀들은 상태가 나쁘지 않다.
숲 속 녹색과 반대로, 개울가 바닥의 선명한 분홍색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봉선. 물가에 산다고 물봉선이다.
추석이 목전인데, 더운 날에 인사했던 물봉선이 아직도 그 자리에 번성해 있다.
꽃은 모두 바로 섰다기보다는 누운 듯한 모습이다.
안을 들여다보려면 고개를 꽤 숙여야 한다.
앞에서 보면 붓꽃이나 난초과의 꽃 같은 모습.
옆의 몸통을 보자면 마치 예쁜 열대어의 그것 같다.
말려있는 꼬리 부분, 꽃대가 꽃송이의 몸통 중간을 걸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모두가 봉황의 모습이라고 해서, 물봉선의 봉자가 봉황의 봉이다.
진한 분홍색뿐 아니라 흰색이나 노란색도 있다.
주로 높은 지대에서 자란다고 한다.
물봉선의 진짜 특징은 그런 모양보다는 씨앗이다.
씨앗이 점점 자라나 살며시 문을 여는 게 아니라 터져버리는 점이 그렇다.
완전히 익어 속의 탄성이 극대화되었을 때 외부의 작은 충격으로 씨앗은 톡 터져 밖으로 튀어나간다.
삼투압 작용으로 스프링처럼 강한 장력이 생기는 것이다.
2m까지도 날아간다고 한다.
그 조그만 씨앗으로는 대단한 공간이동이다.
종자를 최대한 멀리 보내려는 꽃의 본능.
영어 이름으로는 'touch me not'
'손대면 톡 하고' 터진다.
나도 어디로 튀어 나가는 그런 본능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