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에서 맛본 열대와 국립생태원 자랑
한해 끝을 목전에 둔 12월 말. 문을 열고 열대로 들어선다. 자, 이제 열대의 정열이 시작되리니.
원시림, 나무 뿌리들이 공중에 자란다. 짙푸른 초록의 나무들. 크고 두터운 잎을 만져본다. 초록 잎을 뚫고 들어오는 역광이 신비롭고 신선하다. 숲은 머리 위로 작은 하늘을 선사한다. 빛이 부족한 우거진 숲 속에 어두컴컴한 불안감이 있다. 그러나 묘하게도 안도의 느낌까지 동시에 제공한다. 머리 위 나뭇가지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뱀이 노려보는 건 아닐까. 다행이 악어는 저 아래 혼자 으슬렁거린다. 군데군데 열대의 신비한 동물들과 눈을 마주친다. 위에서 계곡 물이 쏟아진다. 그 아래서는 열대를 추억할 기념 사진을 한 장 좋지. 다 좋지만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높은 습도와 온도는 어쩌지 못할 열대의 난관이다. 참을성이 바닥났다. 급히 열대를 빠져나간다. 이국 풍경 물씬 풍기는 바오밥나무와 올리브나무가 상쾌한 지중해 지역에 도착한 것을 환영한다. 지중해는 어찌 이리도 향기로울까!
충청남도 장항역. 전라북도 익산역이 가까운 곳에 있다. 이곳에 국립생태원이 있다. 역에 내리면 후문까지 지척이다. 기차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식물원이나 동물원이 분명하다.
흔히 못보는 사막관, 지중해관도 있지만 아무래도 열대관이 인상적이다. 일반 식물원에서 흔히 볼 수 없고, 느끼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규모도 크지만, 비전문가의 눈에도 인테리어(?)가 남다르다.
개미관도 좋다. '잎꾼개미'가 잎을 들고 움직이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너무 신기해 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개미의 '사회생활'을 반추해 보자. 저 조그만 생물들이 참 질서정연하게도 맡은 일을 한다.
이외에도 온대, 남북극 등에서도 신기한 생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구구절절 늘어놓기보다 직접 관람하고 느껴보길 권한다.
오가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가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평일이어서 그런지, 단체 관람객이 많다. 어르신들과 학생 단체가 와 구경도 하고 체험학습도 한다. 볼 것들과 시설에 견주면 관람료도 저렴하다. 식당이나 카페 시설도 좋고. 자연생태 주제의 책들 가득한 도서관도 있다. 곤충이나 동식물에 관심있는 아이들이라면 참 좋아하겠다. 장욱진 화백 작품 판화를 로비 전시장에서 전시 중이다. 아이들이 간단한 미술활동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원래 '습지'로 유명한 장항이다. 야외 습지 갈대밭도 좋다. 뿐 아니라 야외 전시장도 종류대로 많다. 하지만 계절이 추운 겨울이어서 볼 게 없고, AI로 원천봉쇄. 꽃피는 시절을 약속하며 돌아오는 열차를 탄다.
끝으로 팁 두 개. 주의 하나. 미리 해설을 신청하고 들어보자. 야외 수달 사육장. 먹이 주는 시간에 맞추어 관람하면 더 좋은 경험이 될 터. 역 앞에서 뭘 먹을 생각하면 안 된다. 식당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