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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Mar 12. 2017

꽃이 핀다. 그렇게 피고 싶다.

마른 가지에서 새봄의 꽃이 핀다.


양지바른 곳에 들꽃이 핀 지는 좀 됐다.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전해준 소식을 듣고 알았다. 남부 지방에서는 말할 것도 없을 테고, 이제는 아침을 영상으로 출발하는 중부에도 작은 들꽃을 볼 수 있다. 흐린 오늘 '꽃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작고 동그란 잎이 소박한 분수의 물방울처럼 올라온 것을 보고 알았다. 루페로 들여다본다. 이름처럼 말려 달린 꽃송이 가장 첫 번째에서 연보랏빛 꽃이 환하다. 노란 테를 가진 작은 꽃, 잎이며 줄기는 앞뒤로 강아지처럼 곱고 윤이 나는 털을 가졌다. 맨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지만, 성의를 가지면 보이는 모습이다. 루페가 소중한 계절이 왔구나 싶다.

허리를 펴고 보니, 이제 나무들도 시작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이 제 색을 드러내는 중이다. 명자나무는 지금이라도 터질 듯한 분홍빛. 꽃이 피고 나면 특유의 예쁜 턱잎도 볼 수 있을 거다. 산수유도 노란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지난해 열매가 아직 직박구리의 간식으로 매달린 채 새봄의 꽃이 핀다. 지금쯤 산에는 산수유꽃을 닮은 노란 생강나무 꽃이 피었을 테지. 잎이 없이 마른 가지에서 터지는 꽃봉오리들이라 더 신기하다. 자세히 보니 철쭉은 모양이 날아오를 태세다. 4월이면 온 동네를 분홍으로 물들일 거다. 하지만, 터지기만 하면 다른 모든 풍경을 압도하리라는 자신감으로 겨울을 난 목련이 먼저다. 아직 단단한 소사나무 겨울눈, 머지않아 반짝이는 연둣빛으로 바탕색을 마무리하겠지.  

꽃이 핀다. 그것을 목격하는 순간, 자연을 글로 배운 터라 놀랍다. 꽃처럼 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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