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다. 어제부터 벚꽃축제란다.
화무십일홍이라고.
꽃이란 게 필 때부터 질 것을 예감하고 있다지만, 벚꽃이 피면 벌써 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벚꽃의 화려한 만개는 아름답지만, 축제의 배경이 될 때면 거리 가득한 인파와 함께 부담스럽다.
그렇게 피하다 보면, 지는 벚꽃을 보게 된다. 이렇게.
4월 훈풍에 벚꽃이 날린다.
정확하게 말하면 꽃잎이 날린다.
암술 하나와 수술들을 지키는 다섯 장의 꽃잎이 낙하한다.
통으로 뚝 떨어지는 붉은 동백도 비장하다지만, 다섯 개로 낱낱이 흩어지는 아름다운 이별도 좋다.
씨앗처럼 어디로 멀리 가고자 하는 목적도 없이, 짙어가는 초록 배경으로 투명하게 날린다.
이제는 벚꽃 지고, 푸른 잎들 총총 피어날 차례.
눈송이처럼 날리는 꽃잎을 보면 첫눈이 생각나기도 한다.
없던 추억이라도 아스라하게 떠오르지 않는가.
어디선가 한 번은 본듯한 모습이 데자뷔 되면서 추억을 생산한다.
생산이니만큼 그것은 가공의 풍경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어떤가. 지나간 것은 다 아름답다고, 벚꽃과 함께 하는 추억도 그렇지.
아, 설악산에는 정말 눈이 내렸다지!
벚꽃이다. 어제부터 벚꽃축제란다. 그 소식이 만우절 공갈 기사가 아닐까 의심했다.
여의도 벚꽃이 명령에 따라 일동이 조속히 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밴드의 친구가 올린 사진 속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남부지방 어느 천변에 줄지어 심은 벚나무 아래로 사람들이 많다.
우리 동네도 벚꽃 피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은 노란 꽃 만개한 산수유나무가 대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