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다 부서지는 '부빙(浮氷)', 그 불화의 원천은 똑같다.
며칠 따뜻했지만 오늘부터 가장 추운 날씨다 될 거란다. 중부지방 영하 15도. 그렇다면 이곳은 아마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그런 날씨에 어울리는 풍경이 이곳에 있다. 바로 '부빙'이다. 말 그대로 하자면 떠있는 얼음이다. 한겨울 중부지방의 강물은 두텁게 얼어 단단해진다. 아주 두껍게 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부빙은 깨어져서 떠있는 얼음이다. 꽁꽁 언 얼음도 깨뜨려 띄우고 마는 힘은 바로 밀물이다.
지구의 자전의 엄청난 힘이 이 광경을 만든 것이다. 강 하구를 거슬러 밀려드는 밀물 때문이다. 부빙이 강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강 하구의 기수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이유다. 수중보로 물길을 막은 한강에서는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꽁꽁 언 얼음강을 바다에서부터 차고 들어오는 물이 묵직하게 밀어 올리면 강 표면에 아무리 두껍게 언 얼음이라도 조각이 나고 만다. 가까이서 귀 기울여 보면 얼음의 움직임이 들린다. 언 강이 녹는 해빙기에 들을 수 있는 그런 소리처럼.
깨어진 얼음이 그 위로 밀려와서 만든 강은 마치 아파트 택지개발의 광경 같다. 푸른 초목들로 가득하던 땅을 수십 대의 포클레인이 거칠게 파는 모습을 본 적이 있거든. 이곳의 부빙은 색깔도 옅은 청색의 멋진 빛을 가진 북극의 유빙(사진으로 본)과 달리 거뭇거뭇 회색빛이다. 밀물과 썰물이 합쳐지는 곳이라 그만큼 진흙이 섞였기 때문이다. 부빙이 택지개발지역과 다른 건 밀물과 썰물의 파장에 따라 매일 반복한다는 점이다.
임진강 하류 부빙은 멋지게 언 북한강의 얼음과 다른 모습이다. 멋들어진 산세를 배경으로 펼쳐진 반지르르 한 얼음판, 또는 그 위에 하얀 눈이 담 요처럼 덮고 있는 고요한 풍경. 이런 모습과는 달리 거친 야생의 느낌이 있다. 고요한 얼음판을 반짝이는 스케이트로 미끄러지듯 질주하고 싶다면, 이곳에서는 아이젠을 단 거친 등산화로 강 너머까지 크로스 컨추리 같은 야생의 달리기를 해보고 싶다.
그렇게 달려 강 가운데 가서 선다면, 밀물과 썰물이 만든 거대한 탈출의 힘과 간절한 귀소본능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얼었다 부서지는 그 불화의 원천은 똑같다. 그것을 몇 번이나 겪어야 봄을 맞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