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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Mar 27. 2018

중의무릇

미세먼지 속에 피어나는 일편단심이라

미세먼지로 뒤덮인 도시를 벗어나 숲으로 왔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두메산골로 들어온 것도 아니어서 먼지는 그대로다. 산 중턱에 오르니 아래쪽보다는 덜한 듯했지만, 그건 정말 기분 탓이었다. 촘촘한 나무들이 때문에 먼 거리가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길 건너 빌딩마저 뿌옇게 보이는 시내에서는 답답함이 금방이라도 사람을 집어삼킬 것만 같지 않았나. 전화기를 통해 연이어 울려대는 경고음과 경고문자도 산속에 있다고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라고? 요즘 세상의 대표적인 속수무책을 들어보라면, 반드시 미세먼지가 되어야 하리라. 

그렇게 비탈에서 내려오니, 점점 미세먼지를 '체감'할 수 있는 평지다. 이때 동행한 이가 소리를 지른다. 앗, 저거! 하며, '중의무릇'이란다. 연둣빛 풀밭 속에 보이는 노란 꽃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그다지 예쁜 모양이 떠오르지 않지만, 산속에서도 흔히 보기는 힘들다는 야생화다. 연둣빛이 돌아 자세히 보면 샛노란 애기똥풀이나 개나리 같은 와는 다른 노란색이다. 꽃 모양은 6개의 길쭉한 꽃잎이 별을 닮았다. 역시 6개 수술과 호리병처럼 생긴 암술이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백합과! 백합을 작고 노랗게 축소한 모습이기도 하다. 길쭉한 풀 같은 잎 가운데에서 꽃이 피어나는데, 그 긴 잎은 살짝 곡선으로 휘어지는 게 특이하다. 나에게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 

꽃의 모양만으로는 '중의무릇'이라는 이름과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릇'과 비슷한 모양으로 절 근처에 많이 핀다고 해서 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설명. 이런 설명을 보면 당근 질문이 꼬리를 문다. '무릇'은 또 무엇? 궁금하면 인터넷. 찾아보니 그다지 닮지도 않았는데... 근데 꽃말이 근사하다. 일편단심. 연약한 모습인데, 어김없이 봄이면 노란 꽃을 피운다고 해서 그렇단다. 그렇게 따진다면 복수초며 애기똥풀, 개나리까지 봄에 피는 노란 꽃들이 일편단심 아닌 게 있으랴.(그러고 보니, 아! 일편단심 민들레!) 그래 일편단심. 그러니까 미세먼지 속에서도 활짝 피어나는 게지. 미세먼지를 호흡하고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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