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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은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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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30. 2023

03. 건강한 삶, 수면

잠이 보약이다.

 어릴 때 TV에서 나오던 어린이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는 화면이 떠오른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밤 9시가 되면 온 집안의 불을 끄고 자라고 하셨던 아빠도. 덕분에 고등학생이 된 후 잠을 줄이느라 애먹긴 했다. 그 시절엔 대입 수험생들에게 4당5락(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탈락)이란 말이 당연한 것처럼 얘기되었고, 9시까지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독서실에서 새벽 한/두시 경까지 공부를 했다. 물론 졸기도 많이 했다. 항상 잠이 부족했으니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도 항상 수면부족에 시달렸던 거 같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세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과 과중한 업무로 인한 야근에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까지. 머릿속에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보니 퇴근 후에도 처리해야 할 업무상의 이슈와 고민으로 잠 못 이룬 날이 많았다. 거기에 마지막 직장에서는 한국/미국에 있는 팀들과 관련 업무를 챙기다보니 밤낮없이 일했고, 과로로 쓰러지는 일까지 경험했다. 그 즈음에 하루 2-3시간 정도 잠을 잤고, 수면 부족이 쌓이다보니 실신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거다. 돌연사라는 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실제 블랙아웃을 경험했다. 이후 업무량을 조절하긴 했지만, 여전히 일과 관련해 생각/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편안한 수면을 방해했던 거 같다.


 은퇴 이후, 일과 관련된 생각들이 사라지면서 머리 쓸 일도, 그로 인한 불면증도 사라졌다. 대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다음날 출근에 대한 압박이 사라지다보니 늦은 시간까지 영화/드라마를 즐긴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일들이 생겼다. 그리고 다음날 낮잠을 즐기고, 밤이 되면 다시 정신이 맑아져 잠이 오지 않는 악순환을 겪기도 했다. 루틴을 지켜가는 게 편안한 성격이 탓에 이는 오래 가지 않았고, 나를 돌보는 생활 패턴으로 맞춰갔다.

 현재는 밤 10-11시 경엔 무조건 잠자리에 든다. 침대에 누워 책을 조금 읽다가 잠들고 오전 6-7경에 일어난다. 보통 8시간 수면을 취하고 있고, 낮 시간에 운동 다녀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30분 가량 오침을 즐긴다. 길지 않은 낮잠이라 밤의 수면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편안한 수면을 위해 식사 시간도 지키는 편이고,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 편이어서 큰 무리는 없다. 어두운 방 안에 덥지 않게 온도를 조절하고 편안하게 누워 잠을 청한다. 최근엔 SNS도 삭제하다보니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일도 없다. 나에게 집중하는 삶, 수면 역시 거기에 괴를 같이 한다.

 

 잠은 죽어서 실컷 잔다는 말을 싫어한다. 잠이 부족하면 당연히 두뇌 활동도 떨어지고 다른 신체 활동 역시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 부족한 수면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안다. 낮 시간에 생기있게 내 삶을 더 즐기기 위해서 편안하고 충분한 수면은 필수이며, 나를 돌보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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