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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은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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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23. 2023

02. 간강한 삶, 식생활

하루 한 번 그릭 요거트와 이른 저녁 후 금식


집중할 것이 없다 보니, 은퇴 후 초반엔 먹는 것에 모든 관심을 두었다. 그렇다고 건강식을 연구하거나 맛집 탕방을 다녔다기보다는 세끼식단에 대한 고민, 간식/주전부리, 그리고 실제로 먹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 나쁜 현상은 아니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지나치게 많이 먹고 많이 사고 많이 준비하는 것이 문제였다. 주말에 한 번 들르던 마트 방문도 빈번해지고 팬트리에 쌓아놓는 간식거리와 식재료도 늘어갔다. 현대인의 문제는 영양과잉이라던데, 딱 내게 맞는 얘기가 되었다. 배고픔을 느낄 사이도 없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잠들기 전끼지도 TV를 보며 과자나 건어물을 즐겼다. 특히 쥐포, 마른오징어, 아귀포를 좋아해서 한국에 있는 언니가 택배로 한 박스씩 보내주면 한두 주 만에 동이 날 지경이었다.


일 년 정도를 이런 식습관으로 지내다 보니 소화기능도 더 떨어지는 듯하고 몸도 무겁고 수면의 질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는 일도 없는 백수인데 피로감에 오후가 되면 졸음이 쏟아졌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식습관의 개선이 필요했다.


 첫 번째로 간식 대신 요거트를 먹기로 했다.

많은 여성들이 변비로 고생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고 단백질 함량도 높다고 하니 그릭 요거트를 챙겨 먹기로 했다. 플레인 그릭 요거트는 꾸덕한 질감에 약간의 시큼함까지 있어 요거트만 먹기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무엇이 되었건 좋아하는 걸로 하자는 마음을 먹은 상태여서 요거트 섭취 역시 내가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민 끝에 좋아하는 것들을 넣어 한 끼 식사는 요거트로 대체하기로 했다.

내가 즐기는 요거트 레시피:
플레인 그릭 요거트 3스푼(큰 숟가락으로), 바나나 1개, 블루베리 한 주먹, 그레놀라 한 주먹, 꿀 한 스푼.

건강함을 더해주는 과일에 바삭한 그래놀라의 식감, 그리고 달콤한 꿀까지. 매일매일 하루 한 끼는 요거트를 즐기고 있다. 당연히 변비도 개선되었고, 속도 좀 편안해졌다. 건강해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설혹 플라시보 효과라 해도 맛있게 즐기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두 번째로 매일 이른 저녁으로 음식섭취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컨트롤이 쉽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이제 내 시간을 내가 조정할 수 있으니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가능한 저녁식사는 6시, 늦어도 7시 전에는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더 이상의 음식섭취는 하지 않기로 했다.

마흔 중반을 넘어서다 보니 소화기능이 떨어져 늦은 식사나 간식을 섭취하면 잠자리에 들어서도 속이 더부룩한 느낌에 깊은 잠에 들기가 어려웠다. 숙면이 어려워지니 몸도 더 피곤했던 거 같다. 다이어트도 다이어트지만, 나에겐 숙면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보통 취침시간이 10시-11시 사이이니 잠자리에 들기 전 4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무리한 셈이다.

이런 습관의 한 가지 더 좋았던 점은 자연스레 간헐적 단식의 효과도 경험하게 된다는 거였다. 요즘 아침식사는 따로 챙기지 않다 보니 16시간 공복이 자연스럽게 유지되었고 체중도 어느 정도 조절이 되었다. (물론, 예전의 호리호리한 몸무게로 돌아가는 건 여의치 않지만.)


꼭 지키려고 하는, 변화된 식습관은 이 두 가지 정도다. 그 외에는 자연스럽게 외식을 줄이게 되었고, 집밥을 해 먹는 일이 익숙해졌다는 정도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거하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적당량의 음식을 언제 먹느냐가 건강한 습관에 중요한 포인트인 거 같다. 물론, 가끔은 매일의 습관에서 벗어나 일탈의 즐거움으로 식당을 찾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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