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7/2023
집에 몇 개씩 있는 이어폰과 에어 팟을 두고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에어 팟 맥스를 사고 싶어하는 아이를, 아이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꼭 필요한 건 아니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결국은 가지고 있던 기프트 카드에 아이의 계좌에 모아둔 돈을 합해 사 주었다. 아이와 소소한 의견차이가 있거나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그맘때의 나를 떠올려본다. 너무 오래전이라 사실 그때의 내 마음 역시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거 같다.
사실 은퇴 전만 해도 나 역시 갖고 싶은 것도 많았고 실제로 구매한 것도 많았다. 원하는 것에 집중했지 필요에 집중하진 않았던 거 같다. 구매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물건도 많이 있다. 그냥, 물욕이 많았던 거 같다.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었고 적지 않은 소득에 소비도 늘어갔던 거 같다. 거기에 더해 사회생활에 수반되는 품위유지비(?)와 스트레스 해소용 소비가 맞물려 돌아갔던 거 같다. 은퇴 후 크게 달라진 점 중의 하나가 소비생활이다. 기실 소비생활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꼭 필요한 것 외엔 구입하는 것이 없다. 단, 아이와 관련해선 이 원칙에서 벗어날 때가 다소 있지만.
이번 여름에 한국에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금 느낀 것이 소비 역시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외출이라고 해봤자 운동을 가거나 마트에 가는 거라서 그닥 새 옷이 필요하지 않았다. 거기에 화장품 역시 언제부턴가 토너/수분크림 외엔 딱히 바르는 것이 없어 구매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한국 방문에서 새 옷과 화장품을 사들고 돌아왔다. 쇼핑 중간에 정신을 차려서 넘치게 구매하진 않았지만 역시, 내 생활로 돌아오고 나니 불필요한 소비였다. 구입한 옷들은 옷장에 잘 모셔져 있고, 화장품 역시 욕실 서랍에 보관 중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사버렸구나 생각했다.
내 생활로 돌아오고 소비 욕구는 다시 사라졌다.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달까. 한국에서 사 온 물품들을 보며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구입한 것을. 그것도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어제 도착한 아이 팟 맥스로 음악을 들으며 등교하는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그래, 좋으면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