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 Sep 09. 2023

24. 보리차

09/08/2023

오늘은 눈뜨자마자 물부터 끓인다. 어제 저녁 약속이 있어 외출하고 돌아오는 바람에 보리차를 끓여두지 못했다. 매일 내가 하는 루틴 중의 하나인데 말이다.

보리차를 끓여 마시게 된 건 미국으로 이주 후 일이 년 정도가 지난 후부터다. 그전에는 한국에 있을 때도 생수를 사 먹거나 정수기 물을 먹었다. 미국 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생수를 사다 먹었는데, 부엌 수도에 정수 필터를 설치해 이용하면서부터 물을 끓여 먹게 되었다. 물론 그냥 부엌 수도에서 받은 물을 마셔도 되겠지만 왠지 찝찝한 마음도 들고 해서 안전하게 끓여 마시기로 했다. 그때부터 보리/옥수수차를 사다가 적당히 섞어서 큰 냄비에 끓여둔다. 어릴 적부터 보리차를 마신 아이는 지금도 생수보다는 보리차다. 외출 시나 여행할 때 사 마시는 생수를 제외하곤 생수를 사 본 일도 없는 것 같다.

주변에 보면 보리차를 끓여 먹는 집은 거의 없다. 사실 한 집도 못 봤다. 한국에 방문했을 때, 우리 가족들도 모두 생수를 사다 두고 마시거나 정수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지인들이 물을 찾으면 ‘보리차 괜찮아?‘라고 묻는다. 그럼 모두 보리차를 끓여 마시냐고 하면서 당연히 좋다고 한다. 어릴 적 생각이 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까지 보리차보다 생수로 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더운 여름날에 얼음 몇 조각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 보리차는 다른 어떤 음료보다 좋다. 속에 탈이 나거나 날이 쌀쌀할 때 마시는 따뜻한 보리차는 마음도 따뜻하게 해 준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난 앞으로도 매일 물을 끓여 보리차를 준비해 두지 않을까 싶다.

냄비에 물이 끓어오른다. 보리/옥수수 차를 넣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23. 아이와 나의 소비생활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