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2023
내 또래의 한국인이라면 영어와 제2외국어 하나쯤은 배워본 경험이 당연하게 있을 거다. 나 역시 중고교를 거치며 학교 교육에서 경험하게 된 영어와 일본어를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긴 했었다. 그렇다고 외국어 2개를 마스터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70년대 중반에 태어나 90년대 턱걸이로 대학을 졸업한 내가 배우고 익혔던 외국어 수업들은 실제 생활에 그닥 도움이 되는 방식은 아니었다. 6년 넘게 학교교육을 받고 외국어 강좌도 듣고 했던 영어는 여전히 외국인을 만나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고, 고등교육에서 2년을 배우고 대입 후 스스로 찾은 학원에서 몇 달을 더 배웠던 일본어 역시 히라가나/가타가나를 읽을 줄 알고 몇 개의 단어와 문장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수준에서 멈춰버렸다. 물론 나 스스로의 부족한 노력, 공부 방법에 문제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필요’에 따른 간절함이 없었던 거 같다.
본의 아니게 외국계 기업에 취업을 했고, 어쩌다 보니 본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위치가 되면서 나의 영어 공부는 전환기를 맞았다. 처음엔 이메일 회신 하나 작성하면서도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했었지만 지금은 미국생활 12년 차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 커뮤니케이션엔 문제가 없다. 물론 네이티브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패키지 관광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나에게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긴 하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서 100%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니 예전에 대만 여행이나 캐나다 몬트리올/퀘벡을 방문했을 때는 좀 난감한 기억들도 있었다.
은퇴 후 여유시간이 생겼고, 지금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외국어 하나 정도 다시 공부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아이의 독립(대입)도 2년이 채 남지 않았고 그 후엔 오래 생각해 두었던 장기 여행을 떠나리라 마음먹고 있다. 외국어 공부를 할 거라면 ‘필요’가 중요하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으므로 이 여행을 대비해 스페인어를 배워보기로 했다. 학원에서 배우는 교습법은 나에게 맞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독학하기로 마음먹고 이것저것 방법을 찾아보다가 ‘Duolingo’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단계별 커리 큘럼이 짜여있고 반복학습에 필요한 구문이나 문장이 자동암기될 수 있는 구조로 잘 만들어진 앱이다. 거기에 게임적인 요소들도 있어 꾸준히 접속해 매일 일정량의 공부를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 51일째 하루도 빼먹지 않고 접속해 스페인어 공부/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 초보이긴 하지만 외국어 공부라는 게 단기간에 뚝딱되는 건 아니니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2년 후쯤엔 혼자 훌쩍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스페인 장기 여행을 떠나도 무리 없는 수준이 되어 있지 않을까?
Buenos Dias! 오늘도 Duolingo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