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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13. 2023

28. 보고 싶은 아빠

09/12/2023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도 한 동안 멍하게 누워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빠가 내 꿈에 등장했다. 아빠를 보내드린지도 어느새 15년이 지났다. 다른 가족들 꿈엔 안 보인다던데, 아마도 임종을 지키지 못한 막내딸이 여전히 걱정되시는 모양이다. 내 꿈에만 가끔 등장하시는 걸 보면.


아빠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상살이에 큰 욕심 없이, 성실하게 사셨다. 재발한 암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주까지도 출근을 하셨고, 그 주말 회사에 짐을 정리하러 가시는 길에 아빠와 동행했었다. 대학입학 후 필요한 것,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엄마 몰래 찾아와 아빠와 식사도 하고 용돈도 받아가고 했던 아빠의 직장. 인천항 근처의 화물 트럭이 가득한 차고지 옆 사무실에서 웃으며 반겨주던 아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투병생활이 시작되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것조차 어려워 침대에 누워계신 날들이 이어질 때, 본사 근무 제안을 받은 나를 조용히 부르셨었다.

“아빠에겐 아빠의 인생이 있고, 너에겐 너의 인생이 있는 거야. 아빠가 언제까지고 옆에 있어 줄 수는 없는 거니까, 너의 인생을 위해서 가. 아빠 걱정하지 말고 가서 잘 지내면 돼. ”

이후 난 미국으로 건너왔고 6개월 정도 지나 아빠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 다녀왔다. 상사의 배려로 한 달가량 아빠 옆에서, 병원에서 지내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고 그 후 아빠가 돌아가셨다. 임종을 지키진 못했으나 떠나시기 전에 아빠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공항에서 바로 도착한 나를 보며 침대 등받이에 기대앉아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아빠가 계신 용인의 납골당에 들른다. 아빠 사진도 보고 마음속으로 인사도 건넨다. 막내딸 왔다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그리고 아빠가 보고 싶다고.

눈물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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