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4/2023
더럽고 치사해서 안 받고 말지라는 마음이 다시 올라왔다. 이혼 후 단 한 번도 제대로 양육비를 받지 않았다. 이혼 당시의 받은 판결문에 월 5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당시 이혼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그 친구의 사업이 초창기였기 때문에 좀 자리 잡히고 여유가 생기면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나의 실수였다.
한국에서 혼자 아이를 양육하기보단 미국이 아이에게 좋을 거라 생각해 본사로 다시 자리를 옮겼고, 그 친구와 아이는 고정적으로 면접교섭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긴 했다. 초기에 화상통화를 주 1회 정도 했지만 바빠서 어렵다는 그 친구의 연락이 빈번해지면서 그 또한 멈추게 되었다. 한국에 방문하면 만날 자리를 마련했지만 아이가 낯을 가려 모두에게 불편한 자리가 되면서 그 또한 멈추게 되었다. 그래도 간혹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대략 일 년에 한두 번 정도-그 친구가 새로 가정을 꾸렸다는 걸 알고는 그 횟수도 줄었다.
아이가 대입을 준비할 나이가 되고 예전에 양육비 대신 나중에 대학학비는 부담하겠다고 얘기했던 것도 생각났고 은퇴 후 경제적 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에 고민을 시작했다. 양육비는 아이의 권리이고 아이를 실제로 만나던 안 만나던 아빠인 건 사실인데, 내 알량한 자존심에 아이의 권리는 뺏는 건 아닌지… 혹시 대학 진학 후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겨, 아이가 독립하는 시점에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는 건 아닐까,… 내 자존심보단 아이의 권리를 찾게 해 부담을 줄여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심 끝에 톡을 보냈고, 선뜻 우선 $10,000을 보내주고 대학 학비 지원은 더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답을 받았다. 다음날, 다시 톡이 왔고 환율 부담이 있으나 일단 $5,000을 보내고 이후에 추가로 $5,000을 보내주겠단다. 그러라고 했다. 그 이후 일이 월에 한 번씩 톡을 해야 했다. 나머지 돈은 언제 보내주는 거냐고,.. 그리고 대학 학비 지원에 대해 어느 정도 어떻게 지원해 줄지 결정했느냐고… 자존심이 상했다. 빚쟁이가 된 것만 같았다. 톡을 보내도 읽지 않는 시간이 늘어 갔고, 답도 늦어졌다. ‘선뜻‘ 돈을 보내겠다고 했던 처음과 너무 다른 태도였다. 이제 와서 아깝게 느껴지는 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조심스레 다시 장문의 톡을 보냈다. 혼자 아이를 십 년 넘게 길러왔고 그 간 양육비를 요구하지 않았던 건 내 나름의 배려였다고. 빠르게 온 답장은 자기에게 뭔가 도움을 줬다는 말이냐는 날이 선 반응이었다. 아이를 볼 수 없어 힘들었다고 너만 힘들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먼 곳에 와서 살게 되어 아이를 만나기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아이와 연락이 끊어지고 만나지 않게 된 건 내 탓이 아니란 생각에 억울했다. 마음을 추슬렀다. 내 입장을 얘기해 봤자 다툼이 될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도 힘들었겠지,.. 그 시기엔 나도, 그 친구도, 아이도 힘들었을 거라고… 나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 입장만 생각하지 말자고.
오늘 계좌에 송금액이 들어왔다. 처음 보내주기로 한 금액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고 대학 학비 지원에 대한 이야기도 진전된 부분이 없다.
어떡해야 할까. 요즘 방송에 보면 양육비 소송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20세까지의 양육비를 계산해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일괄 청구하는 뉴스도 보인다.
그 돈이 없어 굶는 것도 아니고 아이와 내 생활이 궁핍한 것도 아닌데 송사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란 생각을 한다. 그 마음엔 여전히 치사하단 생각이 있다. 월 50만 원씩 이혼한 시점부터 아이가 성인이 될 20세까지를 계산해 보면 대략 8,000만 원-최근 받은 돈을 제외하고-정도가 된다. 적은 돈이 아닌데,.. 그렇다고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도 않다. 적어도 지금 마음은 그렇다.
아마도, 난 계속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