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5/2023
은퇴 후에 노후 생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운전을 하다가도 문득 ‘이렇게 앞으로 몇 십 년을 살아야 한다고 ‘라는 생각이 들면 한숨부터 나온다. 평화롭고 자유롭긴 하지만 무료한 듯도 하고,..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그런 날들이다.
이런 와중에 읽게 된 <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저자의 에세이로 브런치에 올리던 글이 책으로 출판될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브런치에서 알게 된 건 아니고 <라디오 북클럽>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듣고 <밀리의 서재>에서 찾아 읽게 되었다. 처음엔 소개에 언급된 실버아파트의 경험담이 궁금했다. 미국에도 실버아파트가 다소 있고 55세가 넘으면 실버 커뮤니티에 지어진 주택을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구매, 입주할 수 있다. 노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니, 어떤 노후를 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거기에 실버 아파트는 뭐가 다를까라는 호기심도 있었다. 책을 읽다 보니 실버 아파트에 대한 언급이 자주 있긴 하지만 그보단 노후 생활에 접어든 저자의 경험담과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어렵지 않은 글로 편하게 쓰여 있고 빡빡하게 문단을 구성하지 않아 쉽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40대 후반의 나에겐 앞으로의 생활을 미리 들여다보는 기회랄까, 그런 느낌도 들었다.
부모와 함께 늙어가는 노인들, 그리고 그 부모가 내가 되면 어쩌나 하는 저자의 우려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칠순을 넘긴 엄마가 한국에 계시고 아빠와 사별 후 많이 달라진 모습에 가끔 속이 상하기도 한다. 옆에서 생활하는 언니들은 더 하겠지라는 생각도… 내 노후는 어떨까에 대한 우려에는 사실 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걱정도 있을 거다.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너무 늙어 스스로 거동이 어렵거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지경까지는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삶의 길이를 누가 결정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건강하게 살다가 쉬이 죽음을 맞이해, 적당한 나이에 세상살이를 정리하고 싶다는 게 대다수의 마음일 거다.
책을 읽으며 사람의 생각은 비슷하게 흐른다는 걸 다시 느낀다.
노인이 되어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마음. 노화하는 신체에 대한 아쉬움과 서글픔. 나의 죽음과 사후에 대한 생각들. 노후를 보내는 방법,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대한 여러 생각들. 변화하는 사회와 젊은이들과의 관계 등등
아직은 중년의 나이, 사실 내가 중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데 노인이라니. 언젠가는 다가올 시간이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안다.
시간은 조용히 그렇지만 꾸준하게 흐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