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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18. 2023

33. 삶의 변화의 순간들: 학창 시절

09/17/2023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미래에 대해서, 대학진학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다. 주변 친구들이 하는 데로 학원에도 다니고 했지만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은 없다. 그보다는 학원에서 관심이 가는 이성친구가 생기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다.


중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 진학하게 될 고등학교에서 반배치고사 준비용이라고 나눠준 연습용 시험지를 받아 들고 왔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도 수학도 어렵기만 했다.

그때 외가 쪽 오빠가 서울대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때마침 우리 집에 놀러 왔었다. 모르는 문제를 오빠에게 물어보라는 엄마의 채근에 밤늦게까지 오빠와 공부를 했다. 표시해 둔 문제를 모듀 풀고 오빠가 물었다. 너 뭐가 되고 싶냐고. 어느 대학에 가고 싶냐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어릴 적 난 과학자가 될 거예요, 같은 꿈은 있었지만 딱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꿈을 꾸진 않았던 거 같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거기에 더해 내가 원하는 대학을 선택해서 가려면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야 할 거라고, 오빠가 말했다. 어쩌면 오빠는 큰 의미 없이 한 말이었을 거다. 사실이지만 그냥 하는 얘기. 그렇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겐 크게 다가왔고 많은 것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수준의 긴장감과 열의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1학년 그리고 2학년 가을부터 수능을 보기까지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특히 2학년 가을부터 3학년 1학기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거 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입해 최선을 다한 첫 번째 기간이었다.

고등학교의 3년은 돌아가고 싶진 않으나 나에겐 좋은 기억이 더 많은 시기였다. 거기에 더해 그만큼 스스로에 집중하고 무언가 하나에 몰입해 본 시기는 없을 거란 생각도 든다.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선생님들의 관심도 받았고 2학년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영화도 보러 가고 노래방에도 가고 좋은 추억들도 쌓아 올렸다. 우수학생으로 시에서 주관하는 과학실험 수업에도 방학 동안 참여해 다른 학교에서 온 친구들을 사귈 기회도 있었고 과학실험대회에도 나가는 등, 다양한 활동도 했었다.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하며 스스로 왕따가 되길 자처하기도 했고 공부에만 몰두하는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고등학교 3년은 내 삶의 첫 변곡점이었던 거 같다. 그 당시엔 인지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사촌오빠와 나눴던 이야기가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고 그 시기의 자존감 높았던 내가 기억난다. 주변에서 나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보단 내가, 나의 생각과 미래가 더 중요했고 거기에 집중했던 내가.

그때 한 친구가 나에게 그런 얘기를 했었다. 너는 참 편해 보인다고. 어쩌면 너를 중심에 두고 거기에 맞춰 생각하니 그런 모양이라고. 부럽다고.


가끔 그때의 내가 그립다.

그리고 그 3년의 노력으로 난 흔히 말하는 SKY 중 한 곳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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