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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18. 2023

34. 애플와치와 이별하기

09/18/2023

 소셜 미디어/플랫폼의 병패를 다룬 책 또는 다큐멘터리에서 종종 빅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우리 삶에 침투해 있는가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거기에 핵심이 되는 것이 얼랏/노티피케이션이다.

개인이 설정을 변경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디폴트로 얼랏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고 새로운 포스팅, 이메일, 상품 정보 등등에 대해 수시로 알림이 울린다. 거기에 더해 메신저 서비스까지.


애플와치가 첫 출시되자마자 구매해 한 차례 업그레이든 된 신제품으로 교체한 후 쭉 사용해 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사이 충전된 와치를 손목에 차고 잠자리에 들 때 풀어 충전을 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몸의 일부처럼 함께 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은 나름 유용하게 사용했던 듯하다. 미팅, 슬랙메시지, 이메일 알림 등에 주로 사용했고 거기에 더해 신체활동 트래킹도 활발하게 이용했다. 은퇴 후에 알림은 줄어들었고 한 동안 금단현상처럼 수시로 핸드폰을 확인하곤 했다. 더 이상 확인할 이메일도, 슬랙 메시지도, 미팅도 없는데 말이다. 최근 몇 달 전부터 SNS 사용을 중단했고 그만큼 핸드폰을 체크하고 들여다볼 일이 줄었다. 그럼에도 카톡메시지나 개인이메일, 링 알림 등이 와치에 울렸고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찾게 됐다. 여전히 나의 집중을 흐트러트린 거다. 그리 급하게 반응해야 하는 연락이 아님에도 바로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게 되는 거다.


이런 와중에 와치 시계줄 안쪽에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 가렵기도 했고 가벼운 염증이 시계줄 아래 습기가 마르지 않아서 인지 나아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와치와 얼마간 이별을 했다. 이게 계기가 될 줄이야. 이 며칠간 핸드폰과도 자연스러운 거리 두기가 되었다. 책을 볼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영화를 볼 때도 나의 집중을 방해했던 요인이 사라진 거다. 아이와 대화를 하거나 친구와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핸드폰 확인으로 대화가 중단되기도 하지만.


거기에 더해 서서히 물건을 줄여가기로 마음먹은 것도 와치와의 작별을 돕고 있다. 대단한 환경운동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조그만 것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해 가기로 마음먹었고 내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 나가기로 했다. 전자기기들의 경우, 생활의 편리성을 높이고 없으면 영향이 큰 제품들도 다수이므로 아예 사용하지 않긴 어렵다. 핸드폰 역시 그중 하나. 하지만 와치는 그 범주에 들어가진 않는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계속 신제품이 나오고 구매를 유도하고,.. 생산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고, 폐기 과정 역시 그럴 거다. 선사시대처럼 자급자족, 자연 친화적으로 살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것이 아닌 물건들을 줄여가는 것 역시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필요한 물건만 고심해 구입하고 쓸 수 있는 한 오래 사용하는 것, 그게 내가 마음먹은 한 가지고 와치와의 이별도 이 결심에 맞물려 있다.


나름 얼리 어답터로 초기 출시부터 함께 했지만, 온전한 내 시간을 위해 그리고 내 소박한 신념을 위해 와치와 이별한다. 대신 난 자유로운 사유의 시간을 얻을 것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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