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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22. 2023

37. 가사전담 주부생활

09/21/2023

     오랜만에 욕실청소를 했다. 청소 시작 전 욕실 청소용 세재를 뿌려두고 시간을 뒀다가 묵은 때를 닦아낸다. 아이 방의 욕실이 유난히 더럽다. 욕실이란 곳이 샤워를 하는 장소이고 매일 하는 샤워 후에 조금만 신경 써서 치워두면 말끔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짜증이 올라올 거 같은 마음을 가라앉혀본다.

에효. 그래. 귀찮을 수도 있지. 그 나이 때 나도 엄마에게 돼지우리 같은 방이라고 잔소리 꽤나 들었으니까.


은퇴 후 전업주부가 되면서 소소한 모든 집안일은 내 차지가 되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집안일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고 미국으로 이주 후에 직장생활과 집안일을 병행했다. 그 시기엔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외식을 자주 하기도 했다. 생활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가사만 겨우 했던 거 같다. 본격 전업주부가 되고는 집안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요리부터 청소, 세탁, 정리 등등. 여유시간이 많기도 하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도 많은 거 같다. 특히 깨끗한 상태의 집을 유지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든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집안일은 끝이 없다더니, 정말 사실이구나 싶다.

기본적인 청소는 거의 매일하고 있고 가구/가전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는 일은 생각날 때, 눈에 보일 때 마다한다. 화장실 청소 역시 처음엔 주기적으로 요일을 정해했지만, 요즘은 해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 때 하는 편이다. 조금은 느슨하게, 그렇지만 정돈된 더럽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우리 집에선 더러움을 가장 못 참는 사람이 나이고 바닥의 머리카락이나 오염된 부분이 눈에 보이는 사람도 나여서 내가 주로 하고 있다.

청소나 세탁이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일이라면 요리/식사준비는 창의력과 계획성이 필요한 일이다. 식단을 고민해야 하고 그에 맞춰 미리 장을 봐둬야 한다. 그래도 요리를 싫어하지 않고 생각보단 재능(?)도 있어 다행인 듯하다. 어려서부터 나이 차 많은 언니들을 둔 탓에 혼자 엄마를 도우며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 음식을 사 먹는 것이 비싸고 마트에서 파는 게장이나 반조리 식품들도 비교적 가격대가 있다 보니 웬만한 건 직접 만들어 먹는다. 거기에 더해 장금이 뺨치는 입맛의 집밥을 좋아하는 두 명의 동거인이 있는 것도 요리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오전 중에 저녁식사 준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갖는 느긋한 오후 시간은 꿀맛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참맛을 알아가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항상 혼자라면 외롭기도 하겠으나 학교와 직장에 갔다가 저녁이면 돌아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거인들이 있는 내 생활은 외롭지 않다. 그리고 덕분에 혼자 보내는 시간도 소중해진다. 책도 보고 듣고 싶던 팟캐스트,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요가도 다녀오고… 바쁘게 하루하루가 꽉 채워져 지나간다. 바쁘지만 힘겹지 않고, 꽉 찬 듯 하나 여유 있는,.. 그런 생활이 나의 요즘이다.


조금씩 날이 선선해지고 있다.

이제 가을이 되면 오후 산책도 즐길 수 있겠지. 높아진 하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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