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0/2023
아이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감각이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도 큰 편인 아이는 스스로 힘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단다. 그 시간이 행복하고 그림 관련된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예체능엔 젬병인 내가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고 공감하고 싶었다. 같이 미술관에도 제법 다녔지만 여전히 예술이라는 건, 이름만으로도 내겐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으로 예술에 다가가 보기로 했다. 지식이 예술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건 아니겠으나, 책을 좋아하는 나에겐 수월한 접근법이라 판단했다. 좀 읽고 알고 나면 감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게 되겠지. 우선 아이 라이드하는 길에 운전하면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을 찾았다. 글자에 몰두하기보단 귀로 듣는 것으로, 편안하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삶은 예술로 빛난다>, 조원재 작.
제목 그대로 일상에서 만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예술작품이나 예술가의 삶과 대칭을 이루도록 이야기를 풀고 있는 책이었다. 현대 예술은 해석의 영역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만큼 간혹 공감되지 않는 해석을 억지로 붙인다는 생각에 반감이 생기기도 했는데, 작가의 접근과 설명은 좀 더 다가가기 쉬웠다.
특히 매일 동일한 작업을 반복, 유사한 형태의 작품을 남긴 이우한, 온 카와라의 이야기로 시작된 첫 챕터가 좋았다. 매일 반복되는 나의 일상을 매일 조금은 다르게 느끼고 일상의 순간들을 좀 더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달까. 돌을 깎아 작품을 만드는 조각과 개개인의 삶을 일구어가는 것을 비유해 언급한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도, 삶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 같다.
뒤쪽 챕터에선 작가의 일탈의 시기와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유명한 예술가들의 경우와 연결해 언급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자기 계발서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단 삶을 바라보는, 순간순간을 깊이 느끼고 음미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어 요즘의 내 생각에 닿는 것이 좋았다. 거기에 근/현대 작품, 오래된 거장의 작품과 삶까지 무겁지 않게 언급하는 것도. 생소한 예술가의 이름이나 작품을 찾아볼 기회를 주기도 했다.
우리의 삶이 바로 개개인의 예술작품이고 우리도 예술가라는 작가의 말이 좋다. 창작이라는 것은 예술에만 있지 않다. 작가의 말처럼 스스로 배우고 음미하면서 삶을 조각해 나가다 보면 일상이, 삶이 예술로 빛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번엔 활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