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태산, 완전 공감하게 되었으면…
미국 이주 후 초기에는 소비의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얘기지만, 한국에선 백화점 쇼핑이 익숙했고 몇십만 원 하는 옷이나 구두, 화장품을 당연하게 구매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고, 외향에 신경을 쓰는 게 당연했으니까. 겨울 코트 한 벌을 사면 족히 백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 시기에 엄마에게 자주 듣던 얘기 중에 하나가 "항상 봄날은 아니야"였다.
이상하게도 미국 이주 초반엔 $100이 엄청 큰돈으로 느껴져 옷이나 화징 품 구매를 주저하기도 했다. 당연히 미국에도 Macy’s나 Blooming Dales 같은 백화점이 있고 근방에 South Coast Plaza라는 모든 백화점이 모여있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지만, 잘 가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한국에 거주하던 시기에 비하면 저렴한 $40-50대의 옷이나 구두를 주로 구매하기도 했다. 이상한 일은 흔히 말하는 ’꾸미기‘를 위한 물건 구매에서만 그랬다는 거다. 전기세는 당연하게 $100이 넘었고, 대부분의 공과금이 한국에서 납부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큰 금액이었다. 거기에 더해 비싼 외식비까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시간이 지나면서 $100 정도는 그냥 낼 수 있는 돈이 되었고 소비하는 금액의 단위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물론 소득의 증가에 따라 씀씀이가 커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도 소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카드를 사용하면 잔돈을 Round-up 해서 Saving account에 자동 저축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자잘한 저축이라도 하고 있다는 위안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가계부를 썼지만 에결산에 열심히였던 것도 아니고 그냥 충분히 벌고 있으니 써도 무방하다는 생각이었던 거 같다.
조기 은퇴 후에 년간 예산을 작성하고 그에 따라 월간 예산을 맞춰 쓰고 있다. 자본 소득 외에는 더 이상 소득이 없는 상태이다 보니 소비에 민감해졌고 푼돈은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100은 이제 정말 큰돈이란 생각이고 물건을 사기 전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한다. 거기에 더해 Reward App도 꼼꼼히 챙겨서 쓰고, 마트에 갈 때는 구매 목록을 작성한다. 공과금의 무서움-아무 생각 없이 쓰다 보면 한이 없다-도 깨닫고 샤워하거나 설거지할 때도 물을 덜 쓸 수 있도록 하고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빼두고 불도 켜야 하는 곳만 켜고 있다. 에어컨이나 히터도 예년에 비하면 훨씬 덜 사용하는 거 같다. 여름엔 창문을 거의 열어두고 지냈고 바람이 차가워진 요즘은 실내에서 긴 팔을 입고 추우면 담요를 덮곤 한다.
꾸준히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고정비를 줄여하고 변동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식료품 구입이나 외식비도 줄여가고 있다. 조기 은퇴 후에 여유 시간이 많은 부분을 감안해 3개월에 한 번씩 서비스를 받던 Pest Control도 취소하고 직접 집 주변에 스프레이 타입이나 흙에 섞는 약을 사용하고 있다. 목돈을 줄인 것도 있지만 소소하게 소비하던 부분들, 예를 드면 안 사도 되는 군것질 거리라던가 쓰는 만큼 청구되는 공과금 소비, 외식비 등을 줄이며 생활습관을 바꾸다 보니 지출 금액을 많이 줄이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미국 내에서도 생활비가 높은 지역에 속하고 딸아이가 High School을 졸업할 때 까지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는 어렵다고 본다. 숨만 쉬어도 한 달에 $8,000은 쓰게 된다는 지역에서 $4,000 정도까지 소비를 줄이고 있으니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자본 소득 외에는 소득이 없다 보니 티끌모아 태산을 이루진 못하겠지만, 티끌모아 산이 줄어드는 속도는 충분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