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d와 Apple Pencil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by 눈보라콘

“OO이가 자긴 이제 노트 필요 없데. iPad Pro랑 Apple Pencil 사서, 가져왔더라. “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가 간식을 먹으며 무심한 듯 말한다.

“너도 갖고 싶어서 말하는 거야?”

라고 내가 묻자, 살짝 눈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다시 말한다.

“아니야. 꼭 필요한 건 아니야. “


원하는 것(Want)보다는 필요한 것(Need)에 소비하려고 노력 중이고 아이에게도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워낙에 부족한 것 없이 원하는 건 다 해줬던 터여서, 갑작스런 태세 전환이 아이에겐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할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7학년부터 용돈을 주고 용돈기입장을 써보도록 권유했고, 아이 계좌에 매달 용돈을 넣어주고 그 안에서 사용하도록 해, 소비에 조금은 자제력이 생긴 부분이다.


사실, 오늘 저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많았다. 조기 은퇴 후 가능한 불필요한 소비는 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이미 Macbook으로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게 iPad는 꼭 필요한 건 아닐 거다. 그럼에도 가까운 친구가 최근 구매했고, 갖고 싶다고 하는 아이의 말을 들으니 사줘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건강 보험료’에 들어갈 비용이 줄었으니, 그 부분을 3달 정도 모아서 구매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지난달 생활비 남은 돈에 이번 달 남은 돈을 합해서 사줄까…이런저런 생각과 셈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년간/:월간 예산을 잡고 생활하는 조기 은퇴자에게 투자금이나 예비비는 가능하면 손대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예전처럼 갖고 싶다고 다 살 수는 없는데..라는 생각

내가 너무 인색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

아이가 상처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머릿속이 복잡했다.


부모님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외벌이 월급쟁이였던 아버지, 알뜰하게 생활하셨고 먹고살기 힘든 건 아니었지만 그리 풍족하지도 않았다. 철없는 막내딸, 남들 다 있다고 나도 사달라고 할 때마다,.. 우리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고민하셨겠지. 그래도 딸내미 기죽을까 봐 어떻게든 사주려고 하셨겠지… 엄마 생각을 한참 했다.


저녁 먹고 식탁 정리하는데,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미안해. 괜히 갖고 싶다고 말해서.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갖고 싶은 건데. 필요한 것만 사야 하는 건데 말야.

용돈 아껴서 대학 갈 때, 내 용돈으로 살게.”

아이는 웃으면서 말했는데, 난 왠지 가슴이 더 시렸던 거 같다.

아마도 난 한 동안 더 고민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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