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 Dec 11. 2022

십이월 구일, 2022. (금)

Simple Life

매일 똑같아요,
재미가 없어요, 사는 게..

친한 동생을 오랜만에 만났다. 동생은 요즘 사는 게 재미없단다. 직장생활도 잘하고 있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고 하는데, 무료하다고 한다. 문득 얼마 전 <이동진의 빨간 책방> 예전 회차에서 들었던 하루키의 생활에 대한 언급이 떠올랐다. 심플한 일상. 하루키의 일상이 그러하단다. 정해진 시간에 아침 일찍 눈을 뜨고, 달리기를 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만큼 글을 쓴다는,.. 말 그대로 소박하고 심플한 삶을 산다고 헌다. 무료하다고 이야기하는 동생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런 삶을 동경한다. 그리고 실제로 내 일상도 심플해지고 있다.


알람이 없어도 거의 같은 시간에 눈을 뜬다. 오전에 해야 하는 집안일을 하고, 화단에 물을 준다. 꽃이 또 피었는지, 새 잎이 자라고 있는지 화단의 식물들을 살피고 감탄하기도 한다. 선인장의 생명력, 새로 순이 돋고 있는 수국, 또 꽃망울이 맺힌 장미,…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더. 모닝커피는 기분에 따라 정한다. 오늘은 향이 은은한 바닐라 빈으로 내린 드립 커피다. 천천히 커피 한 잔 마시며 S와 이야기도 나눈다.

산책을 한다.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집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걸을 때 들을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고르는 것도 행복이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청소를 허고 샤워를 하고, 오후 시간을 준비한다. 오후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기도 하고, 뜨개질을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원하는 일을 한다. 이 모든 것들에서 내가 원하는 거,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일, 만들고 싶은 걸 상상해 보는 일,.. 내 마음/생각을 글로 옮겨 담는 일,… 나에게 허락된, 내가 내 하루하루를 즐기는 방법이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며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잠들기 전, 다시 글을 읽거나 내 시간을 갖고 잠자리에 든다.

특별한 일 없는, 심플한 생활… 무언가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하고 내 일상을 내가 원하는 일들로 소박하게 채워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힘겹게,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내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욕심내지 말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소중하게, 편안하게 보내자고 헌 번더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십이월 팔일, 2022. (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