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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Dec 13. 2022

시원 칼칼 오징어 뭇국

feat. 보들보들 계란찜

 오늘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살짝 나왔다. 금방 다시 구름 사이로 숨어버릴 수도 있지만, 잠깐 산책 나가기엔 딱 좋은 햇살이다. 거기에 비 온 뒤에 더 짙어진 흙냄새, 풀냄새까지. 사실 햇빛이 쨍한 파란 날보다 비 온 뒤의 적당히 흐린 날이 산책하기엔 더 좋다. 반바지에 스웻 셔츠 하나 입고 나선 길이 으슬으슬하다. 가을을 넘어 겨울 문턱이긴 한 모양이다. 한국에 비하면 훨씬 따스하긴 하지만, 이런 으슬으슬 추운 날엔 엄마가 끓여주던 뻘간 국물의 오징어국이 생각난다. 사실 오징어 볶음을 해 먹을 요량으로 사긴 했지만, 냉동실에 오징어가 있으니 오늘은 오징어 뭇국으로 저녁 준비를 해야겠다. 딱 맞게 갈비찜에 쓰고 남은 무도 있으니 시원 칼칼한 국물을 낼 수 있을 거 같다. 거기에 뚝배기에 포슬포슬하게 만든 계란찜이면 속도 따뜻하게 데워주겠지.


 상온에 해동해 둔 오징어는 키친타월을 이용해 껍질을 벗겨주고, 따로 칼집 넣을 것 없이 얇은 직사각형으로 썰어둔다. 다리도 길이 맞춰 비슷하게 쓱쓱. 국에 들어갈 야채는 단출하게 무, 양파, 청양 고추, 붉은 고추로 준비하고 무는 납작하게 나박나박 썰어주고 양파는 살짝 굵게 채 썰어둔다. 청양 고추, 붉은 고추는 어슷어슷 썰어둔다. 육수는 멸치육수로 준비하고 육수에 무를 먼저 넣어 끓이다가 오징어를 넣고 고춧가루,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살짝 끓어오르면 양파, 청양 고추, 붉은 고추를 넣어주고 거품도 살짝 걷어내고 보글보글 끓이면 끝. 부족한 간은 맛소금으로 맞춰준다.

재료 준비(좌), 보글보글 찌개 완성(우)

 반찬거리가 부족할 때, 만만하게 준비할 수 있는 게 계란을 이용한 요리다. 내일 마트에 갈 생각이라 집에 밑반찬 거리가 부족한 상황. 오늘은 뚝배기 계란찜을 하기로 했다. 뚝배기 계란찜의 핵심은 불 조절, 거기에 더해 나중에 뚝배기 세척이 쉽도록 참기름을 안에 살짝 바르고 조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실 포슬포슬 뚝배기 계란찜은 고깃집 단골 메뉴인데, 식비 절약에 신경 쓰다 보니 외식의 거의 안 하고 있어 그리운 음식이기도 하다.


우선 뚝배기에 참기름을 발라두고, 계란 3개를 깨트려 거품기로 잘 섞어준다. 거기에 물을 넣고(육수가 있다면 육수로), 소금, 설탕을 조금씩 넣고 잘 섞어준다. 준비가 되면 중불에서 계란이 몽글몽글해질 때까지 살살 저어주면서 익혀주고, 송송 썰어둔 파를 추가하고 깨 솔솔 뿌려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조금 더 익혀 마무리한다.

물이 좀 많았나…ㅎㅎㅎ

저녁 준비를 마무리하고 보니, 이제 비가 그치려나보다. 건조한 여름을 버틸 비를 내리는 우기에 접어든 거 같다. 이번 겨울도 촉촉하게, 감상에 젖을 날들이 많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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