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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28. 2018

ootd

<100일 글쓰기 69/100>


상의로는 인디핑크의 면 셔츠, 그리고 이너 대신 자수 로고가 박힌 흰 반팔티를 레이어드했다. 둘 다 지난 가을에 구매해서 겨울에도 잘 입고 다니던 것이다. 반팔티는 애초에 모델명에 들어있는 수식어가 '레이어드용' 이지만 그 자체로 완성된 형태라 외따로 입고 겉에 카디건을 걸치기도 한다. 얇아도 조직이 탄탄하게 잘 짜여진 편이라 세탁기에 막 돌려도 잘 틀어지지 않고 적당히 탈수해서 탈탈 털어 말리면 구김도 적은 편이다. 아니, 구김이 지더라도 그것마저 꽤 잘 어울린다고 해야할까. 제일 좋아하는 흰 반팔티였는데 지난 주 똠양꿍 쌀국수를 먹다가 젓가락에 든 것을 그릇에 와르르 떨어트린 바람에 그때 빨간 국물이 두 방울 튀었다. 회생 불가한 상태라서 이제는 정말 레이어드용으로만 입고 있다. 너무 아쉬워서 똑같은 티를 더 살까 말까 어젯밤에도 고민했다.

핑크색의 면 셔츠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색이다. 채도가 높은 색 중에서 유일하게 소화하는 것이 파란색인데 핑크는 튀어도 너무 튄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덜컥 샀는데 얼굴에 CC 크림을 두껍게 발라 좀 하얘 보이는 날에는 그래도 봐줄만 하다. 오늘은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 입은 탓에 얼굴은 까맣고, 핑크는 덩달아 톤이 죽어보이고 있다.

팬츠는 언제나 그러하듯 스키니핏의 진이다. 하체가 짧고 허리가 긴데 하필 밑위가 길어서 상의로 잘 가려야 한다. 허리가 어마무시하게 길어보이기 때문이다. 탄성이 좋은 편이고 오래 입어서 스키니지만 편하다. 그 사이 여러 번 살이 찌고 빠지느라 늘어나버렸다. 얇아서 요즘같은 계절부터 초여름까지 입을 수 있다. 같은 브랜드, 같은 디자인에 색만 다른 팬츠가 몇 더 있다. 간혹 사고 또 사서 이미 있는 색인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sis에게 주거나 환불하기도 한다.

겉에는 검은색의 도톰한 트러커 재킷을 걸쳤다. 올해 첫 개시다. 어제까진 얇은 캐시미어 코트를 입었는데 퇴근길에 더워서 호흡 곤란 상태가 됐다. 이제 코트류도 넣어둘 때가 됐나보다. 지난 주 꽃샘 추위 때는 다시 다운패딩도 꺼냈었는데 이렇게 다이나믹할 수가. 트러커 재킷은 애초에 남성용으로 나온 디자인에서 제일 작은 사이즈를 고른 것인데 어깨 길이를 유심히 봤음에도 어쩔 수 없이 끝이 조금 남는다. 어깨가 둥글게 말린 편이라 이 재킷을 입고 있을 땐 일부러 자세에 더 신경을 쓴다.

양말은 얇은 덧신을-다른 양말들이 다 사라졌다. 양말 빨래를 안 했던가, 내가.-신었고, 네이비 컬러의 스니커즈를 신었다. 발이 작아보이는 디자인의 것이라 흰색, 아이보리색도 갖고 있다. 다른 브랜드나 다른 라인업의 모델로 살 법도 한데, 구매하던 당시 섬에서 지내느라 뭘 더 신어보고 알아볼 틈이 없었다. 꽂힌 김에 색상별로 사버려서 지금까지 돌려가며 잘 신고 있다.

손목시계는 시계알 2종, 스트랩 4종을 시즌별로 갈아끼워가며 차고 있다. 오늘은 까만 트러커 재킷을 입은 김에 까만 시계알에 까만 가죽 스트랩인 것을 골랐다. 보따리처럼 생긴 캔버스 백도 시꺼먼 색이다.

어제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까만 느낌이었는데 거기에 마스크를 쓰니 애인이 마스크는 멋으로 낀 줄 알았다며 놀렸다. 오늘도 마주쳤으면 비슷한 소리를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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