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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Apr 18. 2018

핸드폰 분실

<100일 글쓰기 91/100>


간밤에 핸드폰을 잃어버렸었다. 물건 잃어버린 경험이 많지 않은데 어쩐 일인가 싶었다.


야근 후 탄 택시에서 내리기 전에 코트 오른쪽 주머니에 폰을 세로로 넣으면서 '주머니 깊으니까 괜찮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몸을 당겨 앉으며 카드 결제를 하고 내렸다. 집 계단을 오르는데 에어팟이 자꾸 끊겼다. 다시 붙었다가 완전히 끊기길래 배터리 방전인가, 아닌데 오후 내내 충전했는데 하고 의아해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다 하루 전 정리해둔 화병의 물이 많이 줄었길래 더 채워넣었다. 그리고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는데 없는 것이다. 그제서야 에어팟이 괜히 끊긴 게 아니구나 싶었다.


1. 택시 번호

다행히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며 애인에게 톡을 보내놨었다. PC 카톡으로 들어가 택시 번호를 확인했다.


2. 결제 수단

현금 결제를 했다면 정말 답이 안 나왔을 거다. 카드 결제를 한 덕분에 티머니택시 고객센터(1644-1188)로 애인이 전화를 해서 택시 번호 & 결제한 신용카드 번호로 기사님 연락처를 찾았다. 개인 택시의 경우, 개인택시 고객만족 센터(서울 1544-7771)를 통해 한 번 더 거쳐야 알 수 있다고도 한다.


3. 다행이다

내가 내린 후 다른 손님이 탔었다. 애인이 내 핸드폰으로 먼저 전화를 시도하지 않은 덕분에 발견되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봤는데 그냥 둔 건지 알 수 없어도 그대로 뒷자리에 남아있어서 다행이었다.

기사님에게 연락을 취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파란 파도 케이스 맞아요? 다른 손님이 가져갔으면 어쩔 뻔 했어요." 하며 가져다주러 오셔서 다행이었다.

사례금을 마음에 찰만큼 건네지 않으면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데 오자마자 바로 핸드폰부터 주셔서 거마비 드리는 셈 치고 끝낼 수 있어서 또 다행이었다. (사례금은 유실물 물품가액의 5-20%를 지급해야한다는 얘기도 봤지만 3-10만원까지 후기가 다양하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인데 애인이 잠들기 전이었던 것이 어쩌면 가장 다행스러운 일. 안그랬으면 웹서핑해서 방법을 찾고 다른 집 문을 두드리든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가든 해서 전화 구걸을 했을 거다. 지체되는 시간만큼 핸드폰을 찾을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4. 다른 기회

만약 카드 결제 후 영수증을 받았더라면 영수증에 기재된 연락처로 바로 컨택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영수증을 받지 않고 내렸다. 물론 그래도 카드사 승인 이력에서 찾아봤어도 됐을 것 같다.

카카오택시 호출 후 전화를 했더라면 통화 기록을 불러와 바로 연락해볼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너무나 가까이에서 바로 와주신 날이었다. 카카오택시 고객센터 쪽으로 문의를 했더라면 처리가 가능했을까? 실시간 상담 창구가 없을 것 같긴 하다.


만약 정말 잃어버리고 말았더라면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에서 분실신고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SKT의 경우 분실신고 즉시 착신만 가능하며 발신은 불가하도록 막힌다고 한다. 그리고 7일 후에는 착신 또한 불가해진다고. 그 외에도 핸드폰의 위치를 가족이나 친구의 기기에서 조회할 수 있게 사전에 대비해둘 수 있는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

실질적인 소득은 없다지만 경찰에도 분실신고를 접수하려 했고. 당장 다음날 출근을 우려해서 예전에 사용하던 공기계를 꺼내 모닝콜도 맞췄다. 애인에게는 최대한 침착한 척 메시지를 보냈지만 심장이 콩닥콩닥거렸다.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밀접하게 지니고 사용하는 것이라 생애 가장 큰 투자를 한 첫 번째 휴대폰이었고 그게 없는 생활이 가능할까, 당장 새 USIM을 쓰면 그와 관련된 것들은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머리가 아팠다.

어쨌든 해피엔딩이다. 분실한지 40여분만에 되찾았고, 착실하게 모닝콜에 깨서 출근 중이다. 앞으로 물건 간수 더 잘 해야지. 그저께부터 혼이 빠져서 꽃가위에 베이고 핸드폰 잃어버리고, 난리도 아니다. 집중, 방심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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