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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Apr 22. 2018

다시 꿈 속으로

<100일 글쓰기 95/100>


일주일 중 하루는 오롯이 집에 있어야 한다. 배터리를 충전하듯이, 집에 얌전히 있어야 다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밖으로 나가더라도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카페에서 세 시간쯤 이런 저런 문장을 끄적이고 음악을 듣다가 오는 정도다.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은 것 중 우유가 들어간 메뉴를 시키고 여러 번 느리게 나눠마신다. 빈곤한 식재료나마 꺼내어 물만 붓고 김치찜을 해서 얼려뒀던 떡국떡 몇 점을 넣고 끓인다거나 인스턴트 냉면을 끓여 한 끼를 떼운다. 예능을 한 두 편 보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시늉을 하며 SNS를 들여다보며 고요하게 하루를 보낸다. 저질 체력을 가진, 집돌이의 휴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는 이틀 내내 밖으로 나돌고 있다. 지난 2월 초에 그러했듯이, 마지막이므로. 그때 JBJ의 <정말 바람직한 콘서트>는 마지막일지도 몰라-라는 마음에 초조했고 그럼에도 희망이 커서 즐거웠지만 이번의 <Epilogue>는 정말로 마지막 콘서트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막콘'. 그러니 몸이 부서질 것 같아도 가야 한다.

어제도 직전까지 당직을 서다 마지막이니 가고 싶은 마음과 무서워서 가기 싫은 마음에 갈팡질팡했다. 결국 여유있게 가서 착석했고 전보다 좋은 시야에 감사해하며 기다렸다. 불이 꺼지고 오프닝 영상이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옆에 앉아 계시던 생면부지의 다른 팬분이 '벌써 울면 어떡해요~' 하면서 등을 토닥여주셨다. 그 후에도 줄곧 훌쩍이고 오열하는 나를 같이 울면서 토닥여주고 공연 후에는 수고했다며 손까지 잡아주고 가셨다.

멤버들은 이미 많이 울었는지 눈가가 붓고 표정이 어두웠다. 초연하게 굴고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빤히 보이는게 안타까웠다. 직접적으로 '끝'을 언급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도 전체적인 공연의 구성, 흐름, 분위기, 그 모든 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하나같이 고마운 마음과 그럼에도 이별해야 하는 슬픔을 담고 있어서 다같이 울었다. 울면서 응원하고 울면서 이벤트로 떼창을 하고. (새삼 그 옛날 90-00 케이팝을 주도했던 보이그룹들의 해체 때 그들의 팬들도 그만치 울었겠지 싶었다.)

너무 울었더니 눈도 아프고 양 뺨은 따끔거리고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온몸은 땀에 젖어 으실으실했다. 저녁 먹고 가겠냐고 묻는 제이미에게 안되겠다고 대답을 하고도 한참 자리에 앉아있었다. 엔딩 크레딧이라도 올라갔으면 차라리 좋았으련만 하필 멤버들의 데뷔 때부터의 주요 단체샷이 연달아 나왔다. 그게 다 꺼진 후에도 못 일어나다가 스탭들의 요청에 겨우 후들거리며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도 엉망인 상태로 혼자 술을 마시다가 다른 조이풀 분과 메시지를 하다가, 관련 뉴스 기사와 팬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들춰보다가, 깔깔깔 웃다가 또 참을 수 없이 치미는 눈물을 한참 뽑다가를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토해낸 '아쉽네요' 라는 진심어린 상균의 말이 생각난다. JBJ라는 프로젝트 그룹 결성에 누구보다도 애정이 깊어 보였던 그의 말을, 속에서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르고 골라 정제해서 힘들게 꺼냈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 아쉽다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이 모든 것. 이렇게 애틋한 팬질은 처음이다. 이렇게까지 소중해질 줄이야.

몇 시간 후면 다시 만날 그들. "둘, 셋- Just Be Joyful. 감사합니다." 라는 말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오늘은 정말 구급차에 실려 나오지나 않으면 다행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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